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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Dec 03. 2021

"주차 중 충격 파일이 있습니다!"

"차 있으니 진짜 마음이 편하다!"

"승용차 타니 멀미가 하나도 안 나네!"


중고 승용차를 샀는데도 우리 아내 기분이 아주 좋다! 3개월간 차 없이 생활하다 차가 있으니  나 역시 마음 편한 건 사실이다. 바쁠 때, 급할 때, 놀러 갈 때 이젠 걱정 없이 차를 타고 어디론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시동을 걸었는데 "주차 중 충격 파일이 있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뭐지? 과속방지턱 때문에 나는 소린가? 별일 아니겠지!'라고만 생각했다.


차가 새로 생겨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떠난 가족여행. 설렌다. 아들 딸 아내 나 넷이서 오붓하게 차 안에 있으니 차가 좋긴 좋다. 근데 고속도로를 올리자마자 아내 뭔가 발견한다.


"여보, 저기 차 앞유리 금 간 거 아니야?"

"뭐? 안 보이는데."

"여 손으로 만져봐!"

손으로 만졌는데 앞유리에 금이 쭉 가 있다. 머리가 하얗다. 자세히 보니 돌멩이 자국도 금 간 시작 부분에 보인다.


그 즐거웠던 차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여행 가는 기분이 싹 사라졌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도대체 누가 돌을 던진 걸까?'

'중고차지만 우리 한텐 새 찬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별의별 생각이  든다.


"주차했을 때, 애들이 돌로 장난친 거 아니야?"

"맞는 거 같네. 이렇게 앞유리가 깨질 정도면 뭐가 엄청 무거운 게 떨어진 거 아니야? 누가 이사하다 물건을 떨어뜨린 건 아닐까?"

아내랑 둘이서 의문에 의문, 추측에 추측의 꼬리를 달았다.


차 샀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아내의 표정이 몹시 어둡다. 여행 간다고 그렇게 좋아했던 아내 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방방곡곡 전화로 해결 방법는 아내다.


다행히 가족탕에서 가족들과 처음으로 따뜻한 물에 앉아 있으니 차 생각은 잠시 잊는다. 아이들 재우고 내일 아침 일찍 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주차 중 충격파일'을 찾아보기로 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차에 가서 블랙박스를 확인한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무슨 장면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이벤트'부터 확인했는데, 도로 턱을 지나갈 때 '삐' 소리가 들어간 영상만 보인다. 혹시나 몰라 주차된 영상은 다 봤는데 불이 켜지고 꺼지는 영상밖에 없다.


"아내, 블랙박스 다 확인해 봤는데 이상이 없네."

"그래....." 실망한 아내다.

도대체 그 충격 파일은 어디에 있는가?


아내가 급하게 블랙박스 sd 리더기를 주문했다. 컴퓨터로 보면 그 충격 파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봤는데 없다. 또 실망이다. 누가 어떻게 방금 산 차에 앞 유리를 깬 것일까? 그 생각에 이제야 나도 화가 난다.


혹시나 몰라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를 걸었다. 블랙박스에 지워진 날짜를 중심으로 봤 아무 이상이 없다.


정식 대리점에 연락을 하니 앞유리를 가는데 90만 원 정도가 든단다. 중고차 가격이 500 정돈데 앞유리 가격이 100이 가까이라고 하니 망설여진다.


혹시 몰라 용접하는 곳도 알아보니  5~6만 원이면 출장을 와서 수리를 해 준단다. '다행이다!'란 생각  간 사진을 보내자마자  이런 문자가 왔다.


"이건 용접이 불가능합니다. 이건 앞유리 전체를 갈아야 합니다. 아는 곳이 있으니 거기에서 하면 싸게 해 드리겠습니다."

 

'아! 뭔가 쉽게 된다고 생각했더니 결국 전체를 갈아야 하겠구나!'쉽게 해결되는 게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심 가는 곳이 딱 하나 남았다. 바로 아들내미 병원 간다고 잠시 주차한 다른 아파트 상가 앞이다. 아이들이 자주 노는 그곳이다. 그곳에 주차한 30분이 너무 궁금했다.


조퇴를 하고 찾아갔는데 내가 주차한 곳에는 CCTV가 없어서 확인해주고 싶어도 확인 불가란다. 씁쓸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은 깔끔하게 앞유리를 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퇴근길, 아내가 자동차 전문 수리점에 차를 맡다. 차 맡기고 이내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수리 잘 맡겼다고 전화가 온 줄 알았는데 웃으면서 이런다.


"여기 정비하시는 분이 내부 선팅이 갈라져서 그런 거라고 하네요. 타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요."

"뭐? 뭐? 하하하하하."


한동안 어이가 없어 아무 말이 안 나왔다. '뭐 그게 선팅이 갈라진 거라고....' 선팅의 선도 생각을 못했다. 앞유리 깨진 거라 생각하고 그동안 의심했던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결국, 차를 살 때부터 앞유리 선팅 실금이 있었는데 그 '충격 파일이 있습니다!'란 소리에 일주일 내내 오만 사람을 다 의심했다. 하필 내 차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의심과 화가 뒤섞여 일주일을 보냈다.


아무튼 다음에 중고차 살 땐 아주 꼼꼼히 봐야겠다. 이번 일로 그래도 돌빵도 배우고 차 앞유리 가격도 알았다. 마음고생한 만큼 배운 게 많다고 생각하자.


 "주차 중 충격 파일이 있습니다!"

시동을 켰는데 아직도 이 소리가 난다. 선팅 갈라진 걸 알기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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