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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Nov 24. 2021

그렇게 하루가 가는 거다.

춥다. 게다가 밤까지 길어졌다. 퇴근길이 이제 제법 어둑어둑하다. 선홍빛 하늘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멈춰 서서 해 지는 하늘과 구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련해진다. 저 높은 건물들이 없다면 얼마나 더 멋질까? 해 지는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젊었을 땐 그냥 지나칠 이 풍경이 마흔이 넘어선 왜 이렇게 눈에 들어올까? 어둠이 곧 찾아올 것을 이제는 아는 거다. 지나온 날들이 그냥 마냥 추억으로 사라져 마음이 아픈 거다. 인생이 저렇게 훌쩍 빨리 가 버리면 내 인생은 얼마나 허무할까를 이젠 피부로 가슴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거다. 그렇게 하루가 가는 거다.


교실 바닥에 쓸쓸히 굴러다니는 이름 없는 연필과 종이 조각들. 분명 주인이 있었는데 자기 것이 아니란다. 쓸 때는 잘 쓰면서 바닥에 떨어지면 자기께 아니라고 한다.


아이들이 다 가고 난 텅 빈 교실. 주인이 없어진 쓸모가 없어진 종이 조각들을 종이 재활용 박스에 넣는다. 제자리를 찾아준다. 연필들도 줍는다. 이름이 없다. '주인을 찾아주세요' 바구니에 가져다 넣는다. 이 자리가 아니지만 주인이 찾아올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아니, 연필 안 가져온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면 만족한다.  역할을 그래도 하는 거다.


그 소중했던 치열했던 하루가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아이들을 위해 몸을 희생한 종이와 연필들이 주인을 잃은 채 쓸모가 없어진 채 사라진다.


사라졌지만 새로운 어둠이고, 새로운 재활용 박스,  새로운 바구니 속이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공간에서 우린 새로운 역할을 해내며 꿋꿋하게 새롭게 살아갈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지만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인 거다. 낮과 어둠을 반복하며, 쓸모와 쓸모 없어짐을 반복하며, 우리네 인생은 저 풍경에서 이 풍경으로 움직는 거다.


퇴근하다 찍은 사진 하나를 보다가, "내꺼 아니에요."란 아이의 말을 생각하다가, 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적어보려다가, 희한하게 인생을 적게 된다. 것 또한 새로움이고 인생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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