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라엘

나는 그렇게 한국에 갔다.
3년 만에 가는 한국이기도 했고, 아직 시험 결과를 받지 못한 채 떠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소개하기 위한, 조금은 특별한 방문이기도 했다.


한국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공항으로 향했다.
기상 문제로 비행 시간이 길어졌지만, 나는 단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익숙한 공기의 냄새, 복잡한 공항의 소리,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이 동시에 나를 맞이했다.
시험 점수는 6월 말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결과는 계속 미뤄졌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점수가 나왔을까, 메일이 왔을까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병원도 다니고, 새로운 가족이 될 사람과 함께 여러 곳을 여행했다.
한때는 너무나 익숙했던 풍경이 이제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당분간 이런 풍경을 다시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은 느릿한 듯, 빠른 듯 흘러갔다.


프랑스로 돌아가기 며칠 전, 드디어 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날 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쇼핑을 하던 중이었다.
휴대폰이 진동했고, 친구들이 “결과 떴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벤치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 몇 분이, 마치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화면에 뜬 결과를 보는 순간
드디어 졸업이었다.
3학년을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그제야 숨이 터져 나왔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불안, 긴장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울었다.

그 자리에서 아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잘 지켜봐 줘서 너무 고마워. 이제는 더 훨훨 날아볼게.”


끝없는 추락 같았던 시간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두려움보다 믿음으로, 불안보다 용기로


나는 무사히 프랑스로 돌아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전의 나는 늘 시험과 공부에 쫓겨 살았다.
마음 편히 무언가를 한 기억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일부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다음 한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합격 메시지를 받고도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결과를 받은 후에도 한 달 넘게 계속 확인하곤 했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는 유급률이 정말 높은 곳이었다.
내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3학년을 한 번 더 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내가 통과했다고?”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올해 남은 한 해는 조금 다르게 보내고 싶다.
조금은 더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보려 한다.
내 생일은 연말인데, 그동안은 늘 시험 기간과 겹쳐서
프랑스에서는 단 한 번도 생일을 생일답게 보낸 적이 없었다.
항상 도서관에서, 책 사이에서, 문제집 옆에서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내 길고 길었던 프랑스 심리학과 학사 과정이 드디어 끝났다.
이제는 실무를 경험하며, 내가 정말 배우고 싶은 분야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물론 앞으로의 인생에도 어려움은 계속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안다

프랑스에서도 꿋꿋이 버텨냈고,
끝내 졸업도 했으니,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걸.

올해는 그렇게 믿음과 여유 사이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가볍게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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