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산다는 것
프랑스에 살면서 정말 힘든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거즘 하루를 가야 닿을 수 있는 한국.
그 거리는 단순한 지도 위의 숫자가 아니라,
내 일상 속 크고 작은 순간들을 조용히 흔드는 감정의 무게였다.
처음엔 프랑스에 공부한 다는 말이 나에게는 큰 설렘으로 들렸고,
혼자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게 그저 하나의 도전처럼만 느껴졌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큰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지 못한다는 현실이
나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명절이 되면
부모님이 보내준 사진 속 가족 사진들이 가슴을 건드린다.
나는 프랑스에서 평소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온 집안이 모여 따뜻한 저녁을 먹고 있다.
화면 속 사람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사이에서 나는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어느 밤엔 엄마에게서 온 전화 한 통에 잠에서 벌떡 깨
“괜찮아? 병원은? 지금 어디야?”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너머에서 들리는 떨린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전화기 넘어 건네는 작은 위로 뿐이였다.
비행기를 오늘 당장 탈 수도 없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도 없는 거리.
그게 가장 크게 마음을 무너뜨렸다.
큰엄마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시험과 비자 문제 속에서 당장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아주 멀리서 아주 작은 위로의 말을 전하는게 전부였다.
장례식장에 가면 들리는 특유의 공기 속에서
모두의 곁에 있고 싶단 마음조차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유난히 무겁게 다가왔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지만 당장 갈 수 없었기에
메세지와 축의금을 보냈고
축하할 일이 생기면 나는 따뜻한 포옹 대신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나는 프랑스에서 나의 일상을 살아야 했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장을 보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돌보고
그 사이사이 불현듯 찾아오는 빈자리의 감정은
마치 마음 한구석에 작은 구멍이 난 것처럼
늘 어딘가로 바람이 새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외로움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멀리 있어도 이어지는 관계의 방식,
멀리 있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마음도 있다는 걸 배웠다.
화면 너머로 웃고 우는 순간이 쌓이면서,
우리가 공유하는 ‘거리의 감정’도 조금씩 내 삶의 일부가 되어갔다.
프랑스에서의 7년은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
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있다.
어디에 있어야 내가 가장 ‘나’처럼 살 수 있을까?
어느 나라에서 살아야 제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멀리 산다는 건 늘 두 나라 사이에서 마음이 조금씩 갈라지는 일이고,
그 균열은 완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이렇게 살아간다.
프랑스와 한국 사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에 조금 늦게 반응하며,
하지만 그 마음만큼은 결코 늦지 않게 닿기를 바라며.
떨어져 산다는 건… 참 복잡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복잡함 속에서
답을 찾는 중이다.
7년이 지났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