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양관식
아빠가 누구던가
폭죽의 의인화.
폭죽을 닮은 아빠와 달리 엄마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같은 사람이다.
그런 엄마에게 다혈질의 아빠는 양관식 같은 다정한 남편이 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식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양관식 그 자체였다.
'넌 무조건 잘해'
아빠 친구분들의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그분들의 나이가 65세를 넘기기 시작하자
모이면 자식자랑 대회가 열렸다.
예전엔 누가 돈을 더 벌었는지, 어떤 자리에 올랐는지, 무슨 건물을 샀는지가
주된 자랑거리였다면, 그 시기부터는 자식 자랑이 중심이 되었다.
처음엔 왜들 저러시나 싶었는데
어릴 적 봐오던 아저씨들이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던 것 같다.
그런 자리에서 아빠는 늘 조용했다.
한결같이 자랑대회에 말 보태는 게 없었고,
다른 이들이 자식 이야기에 열을 올릴 때도
아빠 혼자 평온했고, 안정적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때면
"남의 자식들은 남의 자식들이지,
우리 큰딸만큼 똑똑하고 예쁜 애는 내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어"
밖에선 내색하지 않았지만,
엄마 앞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식 자랑에 진심이었던 사람.
최근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큰 수술을 받은 아빠는
가물가물한 눈빛으로 엉뚱한 이야기도 종종 하시는데
밖에선 내색 없던 아빠가 요즘 병원에서는
"우리 예쁜 딸이 온댔는데"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아빠의 무의식에도 여전한 말,
'내 자식이 최고야'
그 예쁜 큰딸이 아빠를 찾아가 묻는다
"아빠 나 누구야?"
아빠는 눈을 감았다 뜨며 대답한다.
"니가 누구긴 누구야, 예쁜 큰 딸이지"
"아빠 맞아. 나야, 큰딸"
그 순간 밝게 웃던 언니는 병원에서 나와 차 안에서
아이처럼 엉엉 운다.
아빠가 70대가 되고, 그 딸이 50이 거의 다 되어서야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넌 최고야'를 말해주는 사람이
아빠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딸과 아빠의 어느 하루.
p.s 아빠 자두가 나오기 시작했어.
아빠 좋아하는 왕자두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있어야 하니까
그때는 뭐든 드실 수 있게 기운 좀 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