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빠 관찰기록 6.

작은방을 보고 있어 봐

by 요를레희요

아빠는 타고난 high 개그맨인데,

나는 피식하고 웃게 되는 그 개그를 한결같이 좋아한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아빠 뭐 해?라고 물으면


"뭐 하긴, 전화받지!"

- 알지, 전화받는 거, 근데 전화받는 거 말고 뭐 하고 있었어?

"어 앉아있었어"

- 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전 아빠와 엄마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병원생활이 길어지는 아빠에게, 엄마가


"얼른 좋아져서 집으로 가야지, 나 당신 없이 비어있는 안방을 보면 무서워"라고 하자,


그 말을 잠자코 듣던 아빠는


"그럼 작은방을 보고 있어 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엄마는 그 말에 까르르 웃었고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아빠의 수술을 위해 전원을 하기로 한 그날,

아침 일찍 샤워를 마치고 ”기분이 좋아요"라는 말을 하며 여느 날처럼 신장 투석을 위해 투석실로 들어가셨다.


오전 투석을 마치고

오랜만에 달콤한 낮잠에 든 듯,


그렇게 아빠는 우리에게 "안녕"이라는 말대신

‘아빠는 편안해’라는 평온한 표정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돌아가셨다.


내가 아빠 관찰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한참 되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연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까.


아빠 관찰 기록 고작 다섯 편 쓰고, 더 이상 아빠를 관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기록을 멈출 생각은 없지만,

앞으론 아빠의 실시간 기록이 아닌 내 머릿속 아빠와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관찰기록을 써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나만의 위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아빠가 내게 했던 마지막 말 은,

"잘 지내라"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잘 지내야 한다.

비일상과 일상이 공존하는 시기를 보내는 요즘.

아직도 실감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아빠 너무 고마웠어, 많이 그리울 거 같아.

그래서 되게 슬퍼

아빠가 그리워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게,

아직 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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