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는 필요한가
내 안에 배터리가 있다면, 나의 배터리는 풀충전이란 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던 뜨거웠던 여름,
말복이 지나고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었음을 문득문득 생각해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순간부터 2-3일은 내가 아닌 것 같은 정신이었다.
겪어보지 못한 상황과 표현할 수 없는 감정,
혼란스럽기만 한 현실,
모든 게 뒤섞여 비일상이 현실인 일상 속에서
정신 부여잡고 지내야 하던 장례기간 동안 큰 고민과 잡음 없이 부드럽게 장례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가족들의 하나 된 마음은 기본이었고)
경황없는 우리를 대신해 방향을 알려준 상조회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조'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어감 과
상조가 처음 시작될 무렵 사기가 난무했던 인식 탓에
우리 가족은 상조를 따로 가입해두지 않았었는데
회사복지 중 상조서비스가 있어,
상조회사의 도움을 받아 장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회사 상조라는 특수성이 있으니 서비스의 편차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괜찮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사망진단서(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그 서류를 기반으로 화장장을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인일에 맞춰 화장시설을 이용하려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장례식장 예약(계약)까지는 유족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고, 그다음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 장지 이송 최종 마무리까지는 상조회사가 함께 해주기에 의지할 수 있다.
회사 상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매 순간 찾고 고르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피곤한 과정을 계속했을 것이다.
물론 위의 내용은 장례식장에서도 다 제공하는 서비스이므로 반드시 상조를 통해야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다만, 결혼식과 달리 장례식은 비교하거나 기준점을 잡아야 하는 게 모호하고,
대충이라도 알지 못할뿐더러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결혼식보다 더 많은 것들을 처리해야 하는 하드코어 행사에 가깝다.
결혼이라는 시작도, 장례라는 마지막도 쉬운 건 없다.
가족의 사망이라는, 낯선 현실 앞에 막막한 우리 가족을 위해 상조회사에서는 대략적인 예산부터
선택가이드, 운영 방법, 시간 배분, 마무리 등 순서에 맞게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었고, 덕분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너질 시간즈음, 감정이 복받쳐 오를 즈음이면 그들은 전문가답게 상황을 잘 다독여주며 조용히 흘러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현실적인 순간들을, 일상 중 하나로 바라봐주는 전문가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례식에 찾아온 지인은 상조 회사 명함을 받아 갔다.
나는 지인에게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거 같다는 말을 했다.
과거 마을단위로 살던 시대엔 마을 큰 어른이 진두지휘하여 크고 작은 일들을 노련하게 리드했지만
현대 사회는 그런 과거의 마을 공동체가 아니다.
어쩌면 상조가 필요한 이유는,
다른 때보다
처음이라 두렵고 막연한 순간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잘 아는' 사람이 가장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일은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