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과 노잣돈
아빠는 아침잠이 많아 깨워도 한 번에 일어나는 일이 드물었는데,
알람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아빠의 아침기상요정이 되었다.
벌써 49제를 지내는 날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내 맘에 걸리는 게 있더라도 불편해하지 말고, 뭐든 부드럽게 지나가야지 라는 마음을 먹고
이른 아침 49제를 지내기로 한 사찰로 향했다.
날씨가 정말 좋다.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고속도로에서 풍경을 보며
"아빠 날씨 요정이네"
라는 말을 했다.
부녀가 요정이 되었다.
나는 기상요정, 아빠는 날씨요정.
아빠가 돌아가신 후, 일상처럼 울었던 순간은 셀 수 없었는데
현생에서의 마지막 인사라는 49제를 지낼 때, 나는 많이 울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만큼은 웃으면서 마음속으로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빠의 안녕을 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머지않아 49제가 시작되었다.
"오신 분들께서는 순서대로 절을 하신 후, 성의 표시로 노잣돈도 올려두시길 바랍니다"
"???"
절을 할 때 돈을 올려두는 49제 관례에 대해 알고 있었으므로, 아빠 용돈이라고 생각하여 돈을 준비해 두었으나
제사 시작과 동시에 '노잣돈'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의식을 치르며 주머니에서 돈을 수없이 꺼내 제단 위에 올려두기를 4시간,
마침내 49제가 마무리되었다.
영화 '신과 함께'처럼 아빠는 7번의 재판을 잘 치르고
원하던 곳으로 가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곳에 계실 것 같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당신이 가야만 하는 곳이라고 단호히 말씀하시고 성큼성큼 가셨을 것이리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는 아빠
49제도 부드럽게 잘 마무리되었고,
49제의 진짜 마지막은 당일 밤 11시-1시 사이라고 했다.
이제 그 시간이 지났으니 49제에 대한 내 생각을 남겨본다.
49제를 지내기 위해선 49제를 의뢰하며 절에 상당금액을 시주해야 하는데, 편차는 있겠지만 그 금액이 적지 않다
7일 간격으로 7번의 제사를 지내서 49제 라고 하며
돌아가신 뒤 7일째 되는 날 지내게 되는 초제를 시작으로 이제 삼제 사제 오제 육제 칠제, 즉 49제로 마무리가 된다.
49제를 지내는 분들도 과거와 달리 초제 또는 49제 한번 참석하는 걸로 대신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초제, 오제, 마지막 49제까지 참석하며
매 제사마다 노잣돈의 개념인 돈을 지속 올려두었었다.
그간 아버지를 위한 용돈 개념으로 생각하여
마지막 49제까지 마무리했지만
49제 때는 노잣돈이 너무 자주 언급되어
직계가족을 제외한 다른 분들께 죄송할 정도였다.
어머니께서 이 부분을 미리 예상했던 건지 다른 분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셨지만,
돈이 성의 표시가 되고 마음을 전하는 유일한 수단일까.
이런 노골적인 주문이 잦아진다면
결국 49제를 기피하게 되고, 하고자 하는 사람이 줄어
의미 있는 하나의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49제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를 지내던 동안 엄청난 비가 쏟아졌었는데,
실내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그 비가 그치고
하늘은 다시 맑게 개었다.
맞네, 우리 아빠 날씨요정.
아빠 49제 어땠어? 우리가 간절히 바란 아빠의 평안이 그곳에서 이루어졌을까?
아빠, 잘 지내시지?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