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빠 관찰기록 20.

축하와 추억 사이

by 요를레희요

매년 11월은 우리 집안에 생일지가 3명이 있는 달이다.

늘 아빠의 생신을 시작으로 생일 주간이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윤달 때문에 아빠의 생신이 12월 첫날로 미뤄지면서

매년 11월 생일주간의 마무리를 장식하던 큰 조카가 올해는 생일 주간의 첫 주인공이 되었다.

20살이 된 조카의 풋풋한 스무살을 온 가족이 함께 축하했다.


우리 가족은 생일날이면 다 같이 모여 밥을 먹고 노래를 불렀다.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가족 생일 파티였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생일날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것이 단순한 축하를 넘어, 가족 모두가 무탈하게 이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고 감사할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의 생일 문화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당신의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1등 주인공이셨다.

선물에 대한 리액션도 남달랐고, 축하노래를 부를 때 아빠의 표정은 늘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내가 끝까지 붙들고 싶은 기억 중 하나는 가족의 생일, 그 공기와 표정들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를 통해 듣는 아빠의 과거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특히 생일에 얽힌 웃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당신 생일에 엄마 몰래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할머니와 유원지로 놀러 간 에피소드는 엄마에게 두고두고 원망을 샀다고 했다.

"어쩐지 출근한다는 사람이 목에 카메라를 매고 있더라니"

한참을 웃고 있는 우리를 보며 엄마는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이 없었지"라며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엄마, 아빠 생신 밥상에 생일케이크는 어떻게 하는 거야?"

"이 녀석아, 없는 사람을 축하할 거니?" 엄마는 돌아가신 후 첫 생신이라 이번만 함께 밥을 먹을 거라고, 다음은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아빠 없는 아빠의 생신 밥상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며 아빠를 추억했고,

생신 덕분에 가족 모두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며 아빠의 흔적이 담긴 곳으로 가 아빠에게 속삭였다.


"아빠, 오늘 엄마 갈비찜 좀 질기더라. 안 드셔서 다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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