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접어두다 다시금 집어 들고 놓지 못하는
불안하지 않으면 20대가 아니라고 했던가. 어린 시절 고열에 시달린 후 느껴지는 열감에 비몽사몽 하던 때가 생각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온도로 타오르다 소진하는 하루. 당장의 결실도 내일의 안정도 뭐 하나 놓치기 힘들어 손이 없는데도 다급하게 쥐어본다. 얇디얇은 틈사이로 뭐가 없어지는지도 모른 채.
혼란스럽지 않으면 20대가 아니라고 했던가. screenX관처럼 한 곳만 보기에는 아쉬운 널따란 시야가 각종 장면을 상영한다. 올 상반기의 명장면으로는 15년 지기 친구의 결혼, 멀리서 들려오는 동기의 승전보, 값진(또는 빚진) 경험을 미끼로 손짓하는 국경 저 너머를 꼽을 수 있다. 쭈뼛대며 눈알을 굴리던 초년생이 고개를 기웃대며 주변 동태를 살피는 정찰관으로 성장했다. 새 둥지를 튼 지 얼마나 됐을까 퍼덕이는 날갯짓을 배우며 지상으로 떠밀린다.
나는 알지 못했다. 반지를 찾기 위해 케이크를 후벼 파는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을. 아플 때도 몸보다 먼저 챙겨야 할 서류와 돌릴 연락망이 있는 사회를. 한 주, 한 달, 몇 달을 단위로 채워지는 계획이 생겨날 줄은. 패를 집기 위해 선택지 앞에 인연을 세워두는 실례를.
이토록 갈 곳 잃을 줄이야.
지킬 이 없을 줄을.
기대하지 않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