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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by 상아

관심사를 가리키는 마음의 방향.
뭐든 괜찮다는 말은 '좋아'보다는 '그럭저럭'에 가까운 이중의미를 갖는다. 다른 선택지를 넘어서는 제 일의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기에.
좋은 건 싫은 것보다 더 어려운 일. 싫은 건 10을 하면 6~7개가 짜증, 불쾌와 같이 감각적으로 와닿지만 좋은 건 10을 해도 1~2개가 나올까 말까 하기에 드넓게 헤집으며 찾아내야 한다.

다 괜찮다는 쉬운 방패막을 내려놓고 이거 정말 재밌어요, 맛있어요,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한 마디 질문이었다.
어느 날, 매번 점심을 같이 먹던 동기가 물었다
"너는 좋아하는 게 없어?"
왜 없겠니. 나는 혼자 라면 끓여 먹고 싶어.라는 말을 삼키며 "다 좋아서 그렇지" 둘러댔다. 걔 입장에서는 1년 동안 먹고 싶은 점심 메뉴에 다 괜찮다고 말하는 내가 얼마나 짜증 나고 답답했을까.

좋아하는 것 구별법: 시간 vs 의식의 흐름
싫은 걸 할 때면 J(계획형)가 되는 사람이라, 정해진 마감일을 정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결과를 만드는 데 의의를 둔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의 전형. 제출함에 의의를 두고 뭘 빚어내든 스스로 만족한다.
좋은 걸 할 때는 P(즉흥형)로 돌아온다. 샤워할 때, 머리를 말리며, 길을 걸으며 무의식에 머금고 있다가 유레카! 하며 달아나는 생각들을 곧장 메모장에 잡아둔다.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걸리든 '이게 곧 나'라는 정체성을 꾸역꾸역 집어넣어 만든다. 이건 언제까지나 100프로 맘에 들 수 없는 미완성작이다.

취향이란 이런 것. 번거롭게 소모하며 결코 완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잃을 수 없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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