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쿵!하고 떨어졌던 순간
유난히 남 눈치를 보고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던 아이.
틀린 답일까봐 속으로 열 번도 넘게 되내이다 종이 치면 아쉬워하던 너.
물끄러미 반을 둘러보며 '쟤는 말을 잘 해', '쟤는 참 귀엽고', '그림 실력 짱!'
남의 칭찬이나 속으로 집곤 했지. 전해줄 것도 아니면서.
선명하게 그려가는 바깥 세상에 비해 흐리멍텅하던 너의 세계.
안에서는 보이지만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을 꿈꾸던 너에겐
빛이나다 못해 주변이 거뭇해질 만큼 또렷한 아이가 옆에 있었지. 늘.
해가 바뀌면 비슷하게 선명한 아이와 팔짱을 꼈고.
팔짱 덕분에 그럴듯한 테두리를 가진 어느 날이었어.
너는 우리 집에서 놀고 싶어 했지.
나에겐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어서 한사코 너를 밀어냈었어. 또 해실 웃음을 지으며.
겨우 떨쳐내고 도착한 집, 늘 그렇듯 아무도 없네.
쿵쿵 쿵
집이 비어서일까, 옆구리가 시린 탓일까.
네가 있을 땐 들리지 않던 심장소리가 요동친다.
혼자 남겨졌기에.
내 기억대로라면
문을 박차고 나가, 익숙한 골목 사이 네가 간 방향으로 한참을 뛰었어.
더 이상 옅어지면 안 될 것 같았거든, 그땐.
선명하던 너 없인 내가 사라질까봐.
마침내 너를 찾은 그 빨간 길에서, 다른 아이와 나누던 팔짱을 기억해.
이젠 필요없다는 말을 듣고 너를 향해 갔던 그 길을 다시 걸었지.
사람을 잃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면 다시 열세 살로 돌아간다.
어른이 된 지금도 버틸 수 없이 쿵쿵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