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쿵쿵 올리던 순간
필통 속에 든 분홍색 mp4
행여 누가 볼까 잠금까지 걸어두며 네모 화면 속에 날 맡겼다.
일진짱이 아빠가 되고, 네가 내 별이다 외치던 로맨티스트들.
수상하게도 사랑에 목매던 학생들이 나오던 소설을 까먹으며 밤낮을 보냈다.
방학이 되고, 숙제로 읽을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렸다. 어색하게.
[광고 천재, 이제석] 글보다 그림이 많아 골랐다.
짧은 삶에서 제대로 '읽은' 첫 종이책.
인소(인터넷 소설)에서 아련한 섭남(서브 남자주인공)이 아프거나, 남주와 여주가 엇갈릴 때만
가슴이 쿵 내려 앉던 15살 사춘기 시절.
버튼이 아닌 책장을 넘겨가며 쿵 쿵 쿵 박동이 시작됐다.
이번엔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이 내려앉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빨리 움직여야할 것 같은 느낌. 나도 하고 싶다는 작은 불꽃이
가슴 속에서 꺼내달라고 소리치는 느낌.
늘 기대던 내가, 어쩐지 달라질 거라고 품게 되는 기대.
무심한 듯 기록한 문장이 아이디어가 되고, 광고가 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
따뜻한 시선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걸 알려준 나의 첫 책.
덕분에 나는 배웠다.
'쿵!'이 아니라 '쿵 쿵 쿵' 꺼내달라고 외치는 마음을.
가슴에서 소리가 나는 게 두렵던 열세 살은
기대에 차 어쩔 줄 모르던 열다섯이
그리고 가슴이 뛰는 순간이면 옳다구나, 기회구나! 기뻐하는 스물하고 아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