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사 후 6개월간 알바만 했다.
20대 이후 처음이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알바를 한 적이 없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알바를 했다.
다행히 빚은 지지 않았다.
내 유일한 자부심이다.
흔히 부산을 두고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 한다.
청년이 떠난 부산을 지키는 건 노인뿐이라는 의미다.
일자리가 없는 부산을 빗댄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 부산에 덜렁 이사를 왔다.
창업을 꿈꿨지만 실패했다.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40대 남자가 설 곳이 없다.
무작정 상하차 알바를 시작했다.
몸이 갈리고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처럼 아팠다.
물류센터 알바는 할 만했지만
직원들의 정신 공격에 갈피를 못 잡았다.
건설현장 노가다는 페이도, 일도 괜찮았지만
일정이 불규칙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공장은 일거리가 많다.
주 50시간 일하면 페이도 괜찮다.
누가 누가 잘 버티냐의 싸움이다.
청소알바는 간단하지만 몸이 망가진다.
먼지를 들이마시고 무거운 청소기를 끌고
다녀야 한다.
이래저래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일당 10만 원 벌기 힘든 세상.
2025년 최저시급은 10,030원이다.
주 5일, 하루 8시간을 일하면
월급 2,096,270원(주휴수당 포함)을 받을 수 있다.
200만 원 벌면 혼자는 살 수 있다.
대부분 알바가 최저시급이 기준이다.
상하차, 물류센터 등 힘쓰는 일은
11,000원, 12,000원을 준다.
그래도 하루 10만 원 벌기 어렵다.
12,000원 ×8시간=96,000원이다.
하루 10만 원씩 월 26일을 일해도
260만 원이다.
7일 이상 한 곳에서 일하면 4대 보험을 뗀다.
실수령액은 240만 원이 채 안된다.
역시 생활이 되지 않는다.
알바 6개월을 하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빚 지지 않았다는 게 작은 위안이다.
와이프와 함께 살려면 벌이를 늘려야 했다.
공장에 취업했다.
월 실수령액은 250만 원 정도.
주간과 야간을 번갈아 일한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일한다.
매주 물류센터, 단기 알바 등을 하고 있다.
그럼 약 30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
300만 원을 번다.
배달대행, 쿠팡 배달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들 한다.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오토바이, 1톤 트럭을 구입해
배달을 하면 지금보다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두렵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이 무섭다.
나이 마흔에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무엇이던 해야 한다.
난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알바, 공장 일을 하면서 멈추지 않은 게 하나 있다.
글 쓰는 것.
이전 직장을 다닐 땐 매일 글을 썼다.
부산 이사 후 한동안 멈췄다,
심한 우울증을 겪은 후 다시 시작했다.
글 쓰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
소리 지르고 울분을 토하고 싶은 날
글을 쓴다.
소리를 지르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지만
마땅히 그럴 장소도 없다.
술을 진탕 먹고 자고 싶지만
매일 일하는 주제에 가당치도 않다.
글 쓰는 것만은 멈추지 않았다.
필력, 조회수, 구독자를 신경 쓰기보다
내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적는다.
이 글을 끝으로
40대 일당 잡부 이야기를 마친다.
이 글을 적으며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이 글을 썼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 글 때문에
많은 분들의 응원을 얻었다.
그래서 난 또 새로운 글을 쓴다.
지금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