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 있는 물류창고 알바를 구했다.
저온 제품을 다루는 곳이라 시원하게 일할 수 있다.
부산에서 거리가 있어 아침 일찍 출발했다.
일당은 10만 원이다.
점심은 안 준다.
기름값과 점심값을 빼면 9만 원 남짓이다.
노가다, 공장 일이 없어 돈이 적다고 안 할 수 없다.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양산에 도착했다.
양산이라는 도시는 처음이다.
너른 물류창고 한 귀퉁이에 저온창고가 있다.
인력소개소 직원은 친절 그 자체였다.
전화와 메시지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데이싸인으로 계약서를 쓰고 출근 인증을 했다.
함께 출근한 알바 아저씨는 뭐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이것저것 물으시다 귀가하셨다.
저온창고는 신선제품을 다룬다.
머리에 위생모를 쓴다.
온도가 낮아 겉옷이 필수다.
알바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직원 옆에서 제품 박스를 나르고 쌓는다.
파레트에 쌓인 제품을 랩으로 감는다.
직원들은 알바에게 큰 신경을 안 쓴다.
딱 필요한 말만 한다.
여기도 송장이 안 나오면 일을 멈춘다.
그럼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 피우며 기다린다.
일은 평이했지만 안과 밖 온도차이 때문에
몸이 으슬거렸다.
그래도 먼지 마시고 땀 흘리는 것보다 낫다.
단점은 점심을 안 준다.
근처에 편의점, 식당도 없다.
직원들은 차 타고 나가서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 온다.
차 타고 나가기 귀찮아 그냥 굶었다.
그렇게 첫날 업무를 마쳤다.
인력소개소에서 연락이 왔다.
이틀 더 출근할 기회를 얻었다.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미리 챙겼다.
오늘은 나 외에도 알바가 여럿이다.
한번 해봤다고 다른 알바를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다.
이건 저기에 옮기고
랩은 위에 3번, 중간 2번, 아래 3번 감으세요~
9시에 시작해 한 시간 남짓 일했을까?
인력소개소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일하느라 받을 수 없었다.
물류창고 직원이 다가와 전화 좀 받으란다.
급하게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켰다.
죄송하지만 알바가 한 명 더 왔네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싶었다.
교통비를 드릴 테니 오늘은 좀...
말 끝을 흐린다.
일하지 말고 집에 가란 말인가요?
네... 죄송합니다. 교통비는 챙겨 드릴게요.
분명 어제 전화로 출근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아침에도 메시지로 잘 출근해 달라 당부 받았다.
그런데 집에 가라니... 이게 무슨...
어리둥절한 채 차에 타 잠시 생각했다.
그냥 집에 가는 게 맞나?
내 실수가 아닌, 인력소개소의 잘 못인데 말이다.
교통비만 받고 집에 가야 할까?
근로기준법 제46조 1항 :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일을 못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인력소개소 직원에게 근로기준법 링크를 보냈다.
바로 전화가 온다.
내일까지 입금하겠다 했다.
이틀 일하기로 한건 취소됐다.
이것 때문에 다른 일을 포기했는데
이틀이나 공치게 됐다.
10만 원의 70%를 받아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
화가 났다.
이거라도 받은 게 어디냐 싶지만
이것마저도 안 주고 보내려던 심산이었다.
이틀 일하면 20만 원을 벌 수 있다.
직원의 실수로 잉여 인력이 되어
7만 원만 받고 이틀을 날렸다.
내가 일해 번돈을 수수료로 받으면서
이런 취급을 하다니 열받았다.
일용직이라 그런지 더 쉽게 대하나 싶었다.
참 별일이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