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귀신
"엄마! 집에 수박 있지?"
'헉! 귀신이네...'
"내가 한 통 살 테니까 너 절반 가져가."
잘 익은 수박이 세일하길래 분이 하얗게 나고 꼭지가 싱싱한 수박을 고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엄마가 말씀하셨다.
횡재다~~~!!
엄마는 마트에 장 보러 가면 꼭 두 개씩 사서 하나는 나보고 가지고 가라 하신다. 이번엔 수박을 득템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수박을 깍둑썰기해서 통에 담아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뒀다. 잠시 쉬고 있을 때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엄마, 집에 수박 있지?"
"어! 어떻게 알았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냄새가 딱 나는구먼! 어? 그 초록색 부분 하고 빨간색에서 나는 수박냄새!"
신이 난 딸아이는 말을 하다 말고 냉장고로 쪼르르 달려갔다.
"손부터 씻고 먹어야지~~~"
"아, 맞다."
작은 통에 담아 놓은걸 혼자 다 먹은 꼬마는 방에서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뭐 하고 있나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세상에나! 작은 통에 있는 수박을 다 먹은 걸로 모자라서 이번엔 큰 통에 담긴 수박을 먹고 있었다.
"히히히~~~~"
놀란 토끼눈이 된 나를 바라보던 녀석은 민망했는지 터질 것 같은 양 볼을 씰룩이며 웃어댔다.
"아니 근데 냉장고 문 여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언제 또 꺼내간 거야?"
당충전을 가득해서 연신 싱글벙글인 꼬마는 원래 집중하면 소리를 잘 못 듣는다며 두 손을 볼에 가져다 대면서 이렇게 외쳤다.
"수박 귀신~~!!"
얘는 누굴 닮은 거니? 환장한다 진짜...
나 어릴 적에 퇴근하시는 아버지 양손엔 항상 과일이 들려있었다고 했다. 과일을 유난히 좋아하던 나와 엄마를 위한 거였다.
여름이면 수박을 종종 사 오셨는데
통째로 들고 거실바닥에 앉아 주변에 흘려가며 숟가락으로 퍼서 먹던 꼬마아이가 바로 나라고 하셨다.
저 아이는 내 딸이 확실하다.
"안돼!!"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 또다시 냉장고문을 열어 수박통을 꺼내려던 딸아이에게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박서리를 하려다가 딱 걸린 녀석은 냉장고 문을 연 채 그대로 얼음이 되어 서 있었다.
"아이~~ 그러지 말고 한 개만 먹을게. 수박이 정말 맛있단 말이야."
휴... 결국 다른 사람은 맛도 못 보고 딸아이 혼자서 수박 반통을 다 먹어 치웠다. 유난히 더울 거 같은 이번 여름엔 수박화채나 만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