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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Mar 18. 2024

박물관을 대하는 자세

너의 관점

주말이면 무얼 할까..? 늘 고민이 많다.


집에서 종일 쉬고 싶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항상 검색어 리스트에는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엔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이 많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 아이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수학박물관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녀석들을 데리고 갔었다. 어린이 전시관이 따로 있길래 예약하고 꼬마와 함께 들어갔다. 작고 아담한 규모의 공간에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도구들이 많이 있었다.


편백나무가 가득 차있는 곳은 볼풀장과 비슷해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꼬마도 들어가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녀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정확히 내 귀에 들려왔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빨대 꽂아드릴까요?"

너의 엉뚱한 매력


아... 아니.. 지금.. 무슨 말을?!


당황해서 허겁지겁 녀석에게 려갔다.


옆에 있던 엄마들이 아이들과 편백나무를 작은 컵에서 큰 컵으로  수세기에 열중하는 와중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해맑은 꼬마는 혼자서 씩씩하게 편백나무를 컵에 가득 담으며 카페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




어린이 박물관도 많지만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전시도 있다.


그 시절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을 보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가정에서 쓰던 전자제품, 생활용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에서 배우던 교과서와 그 당시 사용하던 학용품들 전시되어 있었다. 연결되는 작은 공간에 들어서자 그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교실이 나왔다.


이곳에서야 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추억에 잠겨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도 잠시, 내 옆을 스쳐가며 또랑또랑 외치는 꼬마의 한마디,


"야~~~~ 고기 구우러 가자~~!!"

그 시절 모습 그대로


녀석에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기다란 연통과 양철도시락이 켜켜이 쌓여있는 난로였던 것이다.


주번이 장작나무를 가져오면.. 하루 종일 난로에 태우고.. 쉬는 시간이면 옹기종 둘러싸고 추위를 이겨내던..


그리운 추억이 한순간에 고깃집으로 변해버렸다.


~~~~~~~~~~~~~!!




박물관을 둘러보는 우리 집 아이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관찰하거나, 그냥 쌩~ 하고 스쳐 지나가거나..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보여줘도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꼬마가 어느 날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 가서 뭐하는지 궁금해서 뒤따라가보니, 소파에 떡 하니 다리를 꼬고 앉아서 팸플릿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나타나자 즐겁다는 듯이 까르르 웃던 꼬마는 또다시 한 공간을 앞서갔다.

용기있는 너는 즐거움 가득


이것저것 체험하던 녀석은 급기야 사진 찍어주는 부스에 들어가서 예쁘게 사진을 인화해 왔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있었는데도 혼자서 당당히 브이 포즈를 취하고 으며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가끔씩 엉뚱한 너.. 어디서 나온 용기일까?




전시회에 다니면서 도슨트 투어를 신청해 본 적은 없다.


설명을 들으면서 작가의 의도와 숨은 관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들을 인정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설이 필요한 유물전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녀석들이 크면서 오디오가이드를 듣기도 했다. 관심 있는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하지만..

스쳐지나가는 너의 뒷모습


입구에서 출구까지 5분 컷인 꼬마와 그날 봤던 것들에 관해 얘기해 보면 아예 내용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눈썰미 좋은 녀석은 찰나의 순간에도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나 보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녀석만의 방식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값진 경험들이 언젠가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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