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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Apr 02. 2024

너의 아무 말 대잔치 III

장난감 사주세요.

어느 날 꼬마는 갖고 싶은 장난감이 생겼다고 했다.

특정 기념일이 아닌 이상 장난감을 잘 사주지 않던 나는 역시나 녀석의 말을 흘려 들었다. 두어 달쯤 지났을까..?


포기란 걸 모르는 꼬마는 결국 할머니 찬스를 썼다.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녀석은 신이 나서 집으로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쫑알쫑알 수다를 떨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엄마 귀가 아픈데.. 이제 좀 조용히 하고 갈까?"


"내 입이 잠을 안 자~!"

장난감이 뭔지..


후... 집까지 가는 남은 시간 동안 잠을 못 자는 꼬마의 입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날이 좋을 때면 주말마다 어디든 훌쩍 떠다. 목적지가 늘 정해져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될 때가 있다.


가을하늘은 유난히 높고 파랗다.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온 구름들이 아름답게 수놓은,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창밖을 보며 청명한 가을 하늘에 취해 사색에 잠겨있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꼬마의 목소리..


"우와~ 구름아래 산이 파도치는 것 같아요~!!"


내가 구름을 볼 때, 꼬마는 산을 보고 있었구나.. 저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는 저 멀리서도 보이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우뚝 서있다.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순신장군이 무엇을 만들었을까?"


단,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한 꼬마!


"물건이요!"


그.. 그렇지.. 이순신장군이 물건을 만드셨겠지.. 그래서 그게 무엇인지 묻고 있는 거잖아?!! 하~~


 "엄마, 그런데 저기 앞에 배가 있어~~!"


그렇다. 동상 앞에는 작은 거북선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나는 처음 보는데? 역시나 꼬마의 눈썰미는 뛰어났다. 이곳을 그렇게 왔다 갔다 했는데 거북선이 있었는지 처음 본 것이다.


그러니까.. 이순신장군이 만든 '거북선'이 저기 앞에 있는 거라고! '물건'이 아니라!!




얼마 전 광화문광장을 다시 지나갈 때였다. 옛날 꼬마가 대답했던 '물건'이 생각나서 같은 질문을 해봤다. 이번에는 정확히 대답하는 녀석. 많이 컸구나..


옆에서 거북선은 이순신장군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고, 그 이전부터 있었다고 정정해 주는 큰 아드님.


그래, 엄마는 오늘도 너희들 덕에 많은 것을 배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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