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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닝닝하고 밍밍한 Feb 27. 2020

어디 살아? 대구

- 그곳에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어느 날 당신이 '코로나 19'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면(https://m.news.nate.com/view/20200221n05715?issue_sq=10515), 이라는 기사를 봤다. 평소 궁금했던 '누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는지, 내가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걸 누가 알려주는지, 보건소에서 어떤 물품을 받는지,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집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은 뭔지, 당장 일을 못하게 되면 생활비는 어떻게 하는지, (가장 무서운) 격리조치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시시콜콜 적혀있다. 어느새 코로나 19가 생활이 되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스를 얻듯 저런 기사들을 클릭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때 확진자 증가세가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든다고 여겼던 순간, 갑작스럽게 걷잡을 수 없이 화염에 휩싸인 느낌. 그래서 우리 모두 놀랐던 거다. 신천지라는 변수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대구 신천지교회, 경북 청도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면서 중국 우한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뉴스 확인 결과 확진자가 1,261명, 사망자가 12명이란다.


  대구에 사는 언니에게 톡이 왔다. 이미지를 보는 순간 섬찟했다.



  언니가 살고 있는 곳은 대구 남구이고 신천지 대구 교회와 10분쯤 거리라고 한다. 처음에 그 얘길 들었을 때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 대구, 경북은 지금 고립과 공포로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 만화 컷을 보고 대구 사람들은 웃지 못할 것이다.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로 아마 최대의 고비를 겪고 있을 것이다. 경북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엄마는 며칠 문을 닫기도 했다. 외국에서 갓 돌아온 사람들이 머리를 하러 오거나 감기에 옴팡 걸린 채 미용실을 찾으면 돌려보낼 수도 없고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저 엄마가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도에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청도 대남병원에서 5분 거리라고 한다.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던 곳이 친구 표현에 따르면 여기가 바로 '일본 크루즈' 같단다. 악몽 같고 미쳐버릴 것 같단다. 그 얘길 듣고 어떤 마음일지 그냥 선뜻 이해가 갔다. 대구 경북뿐 아니라 서울에 사는 친구 남편 중 대학 교수가 있는데 남편의 중국 유학생수는 거의 4천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삶을 그만두거나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갈 수도 다른 삶을 영위할 수도 없이 그 자리, 그곳에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요즘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될수록 말을 줄이려고 한다. 단체톡으로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고 온갖 지적과 막말이 난무해서 어떤 날은 확진자 때문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마음이 괴로운 날이 있다. 대구, 경북에 양가 부모님과 가족, 친지가 다수 살고 있는 나로서는 매 시간 뉴스나 정보들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가까운 지인들의 혹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톡이나 댓글로 쏟아놓는 말들은 거의 무기 수준이고 누구나 다 각자의 말을 너무 무분별하게 쏟아 놓는다는 생각이 든다. 매 순간 과하다는 느낌, 피로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구, 경북이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질타와 과한 지적들이 신천지와 관련되지 않는 시민들에게까지 상처와 혼란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최근에는 극도의 피로감으로 코로나 19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도 조금 줄이려고 노력한다. 지나치게 애쓰며 매시간 뉴스를 보던 습관을 조금씩 바꾸려고 한다. 손만 대면 핸드폰으로 쏟아지는 기사에 조금 냉철한 마음을 유지하려고도 애쓴다.


  아침마다 쏟아지는 확진자 기사와 재난문자, 게다가 거짓 과장 뉴스까지... 숨길 수 없는 불안한 마음, 절망적인 마음도 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당국에서 제시하는 주의사항을 준수하고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위생에 관해서는 과도하게 철저히 대응하되, 배타의 대상이 특정한 지역과 사람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에 이용하거나 이용당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 때다 싶어 정치적인 발언들과 선동들이 난무한다.


  어쨌든 다행히 코로나 19의 최전선에 우리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단연 돋보이기도 한다. 너무 감사하고 고무적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한국 코로나 19 진단능력이 놀랍다'라는 기사를 봤다(http://medigatenews.com/news/3113592784). 이런 기사들은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지만 이대로 모든 게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루 1만 건 이상 검사를 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진단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언론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는 타국가에 비해 코로나 19에 관해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일에는 이처럼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다만 신천지 신자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이웃과 사회에 부채감과 책임감을 갖기를 바란다. 신천지 교인임은 드러내지 않고, 거짓 진술은 잇따라 드러나고, 뒤늦게 동선이 탄로 나는 그러한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신이 그들을 구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모순된 신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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