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목련이 피었다. 봄꽃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흰 목련이다. 잘 몰랐는데 봄이 불쑥 다가오고 있었다. 목련뿐이 아니다. 벚꽃, 진달래, 산수유, 개나리 등 이 동네에서 봄을 알리는 꽃들이 제법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마스크 쓴 봄이다.
우리는 지금 세상에 없는 계절을 살고 있다. 꽃에 대해서 봄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봄은 꽤 감격스럽다. 내게 목련이 피었다는 것은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꽃도 봄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목련만은 조금 다르다. 내가 아직도 서정 시대를 사는 느낌이랄까. 목련을 보면 그런 감각이 조금씩 살아난다. 마스크를 장착한 나날이 길어질수록 계절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온도에 대한 감각도 마찬가지다.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만 않다면 말이다.
밖을 나가면 쏟아지는 햇살에 옷도 가벼워질만한데 집에만 있으니 늘 같은 차림의 옷으로 이 봄을 맞이하고 있다. 머리를 풀어재낀다든가 하늘거리는 스카프라든가 고운 색깔의 카디건이라든가 납작하고 둥그런 플랫슈즈라든가.... 그런 것 없이 이 봄을 맞이하고 있다. 그저 마스크만 매번 바뀌고 있다. 이 봄, 우리의 드레스 코드는 마스크였다. 마스크에도 개성이 넘친다. 언제나 어느 옷에나 매치하기 좋은 블랙은 시크하면서도 베이식 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므로 누구나 부담 없이 연출할 수 있다. 역시 패션은 블랙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