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소리에 눈을 뜹니다.
정확히 아침 8시.
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는데 발톱으로 종이를 찢듯 날카롭고 선연한 소리에 몸이 기계처럼 열립니다. 마치 사이렌이 울리는 것처럼 경직되고 새초롬한 아침입니다.
작년부터였을 겁니다.
1년 내내 어김없이 8시만 되면 아침의 피아노가 시작됩니다(때론 7시 반). 그것도 1시간 이상. 아마 내가 깰 때까지. 아이들이 깰 때까지. 독촉하듯 결벽처럼. 매번 같은 곡 같은 마디에서 음이탈이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패턴. 같은 곡을 수십 번 들어야만이 비로소 아침의 피아노가 끝이 납니다. 연습만이 살길인지. 것도 아침부터 우렁차고 구슬픈 트롯을. 엎질러진 꿈처럼 조각조각난 음정들. 같은 곳을 계속 틀려서 더더욱 구슬프게 들립니다.
대부분의 관공서가 9시에 문을 열고, 아이들 학교 수업도, 급한 업무도, 방문도, 심지어 급한 전화도 9시를 넘겨서 하는 나에게, 사회적으로 최소한으로 합의된 시간은 아침 9시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8시는 조금 너무한 시간입니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편입니까.
당신은 지독한 연습벌레입니까.
당신은 무척이나 근면 성실한 편입니까.
아님 아이들을 다 키워 독립시키고 아침잠이 달아난, 피아노가 취미인 주부입니까.
아침잠은 언제부터 줄어들었습니까.
아침은 손가락을 푸는 일로 시작하시렵니까.
가끔 아주 옛날 팝이나 80년대 가요를 연주하는 당신은 레트로가 취향입니까.
아침의 피아노를 들으면서 문득 나의 실패를 떠올렸습니다. 나는 당신만큼 근면하지 못하여 실패와 과오를 저지른 거라고. 당신처럼 깨어있지 못하여 잠을 청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마터면 나의 모든 과오와 실패에 대해 조롱할 뻔했습니다. 아침의 피아노에 이렇게 주석을 다는 일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입니다. 음악이 위로가 된다는 말은 조금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탕진하듯, 진심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하는 일을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침의 피아노가 누군가의 잠을 해치고 있다고,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한 당신의 천진함과 열정에 나는 오늘도 이불을 머리 끝까지 잡아 올립니다. 나는 주로 당신이 모르게 화가 나고 당신이 모르게 한숨을 쉽니다.
나는 우발적으로 당신의 관객이 되었고, 된소리와 거센소리로 마구잡이로 싸우는 것처럼 아침의 피아노는 폭주합니다.
아침의 피아노를 들으며 오줌을 누고 눈곱을 떼고 마른 하품을 합니다. 나의 빈곤한 아침이 시작됩니다.
다른 말보다도 깊고 무거운 잠을 자고 싶습니다.
핏물이 빠지듯이 희멀건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