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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닝닝하고 밍밍한 Jun 10. 2022

나도 시에서만 시를 배웠다

_북토크를 임하는 자세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나 자신이 교과서였어, 나 자신이 스승이었고, 나 자신이 경멸의 대상이었고. 가끔은 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가끔은 내가 너무 저주스럽고, 가끔은 내가 너무 야비하고 쪽팔리고, 가끔은 내가 좀 한심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가 대상화가 되었던 것 같아요...”


  _ 김도언 인터뷰집, 『세속 도시의 시인들』 중 p.174


  김도언이 만난 시인 중에 허연 시인의 인터뷰 한 대목이다. 나는 허연식 태도, 허연식의 시적 감수성이 좋다. 그의 시는 묽고 단정한데 그 안에서 살짝 비트는 힘이 있다. 그것들은 욕망, 불안, 공포와 같은 말들로 치환된다. 그 속에서 시인으로서의 자의식과 비애가 묻어난다. 스스로 아웃사이더, 언더그라운드로 남고 싶다고 말했는데, 문단에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 방식으로 시를 쓰고 있다. 김도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기원과 혈통과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재구성되기를, 재발견되기를 꿈꾸는 것일까’


  나도 시에서만 시를 배웠다.

  나는 어떤 문학의 권력에도 속해있지 않고, 어떤 작가들의 계보의 끄트머리에도 없으며, 학연지연도 없는, 시단에 동료도 없는, 아주 특별한 절친도 지인도 많이 없는, 그저 그냥 평범한, 그냥 오로지 나이기만 한 무명의 시인이다.


  내일 북토크를 한다.

  떨리다 못해, 반 토막이 날 것 같다. 긴장이 많은 편이지만 늘 그랬듯 긴장을 넘어서는 편인데, 그래서 이런 허튼 소리를 쓰고 있는 듯하다. 위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외부적인 환경들을 떠나서

  그냥 나에게 나를 선언하는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저런 시인이라고.

 (나 왜 비장해지니ㅜ)


_ 내일 6/11(토)

  교보문고 천호점 배움홀에서 2시에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브런치를 보고 따로 연락주시고 책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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