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닝닝하고 밍밍한 Nov 09. 2022

소소한 근황, 들

  1.

  올해 4월에 책을 낸 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싶었다. 수입구조나 생산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는 어떻게 써야 할까 하고 말이다(물론 전자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많이 위축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했다. 첫 책을 낸 후 다들 알 수 없는 허탈한 마음과 조급한 마음에 사로잡힌다고 하더니 꼭 내가 그랬다.


   그러다 문득, 들려온 소식!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2022년 2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도서선정 심의 결과 내 책  <사라지는 윤곽들>이 선정됐다! 맙소사.


문학나눔 도서선정


  내가 읽고 있던 혹은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작가들과 같이 도서선정이 되니 더욱 남다른 마음이 들었다. 나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거... 맞지? 하고 속으로 몇 번을 물었던 것 같다.


  800부 넘는 책이 문학나눔 로고를 예쁘게 달고 전국 지정된 도서관으로 들어가나 보다. 너무 놀랍고 감사하다.

  많이 읽어주시고 힘주셨던 독자분들, 항상  애써주시는 출판사에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언제나 돌보시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린다.


  2.

  제1회 KT&G 상상 univ <상상이상 시/에세이 공모전> 시부분 심사위원을 맡게 되었다. 오랜만에 대학생 감성으로 돌아가 그들의 글을 보니 스물 언저리의 내 글은 어땠었나 하고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무수한 옥타브를 넘나들며 아주 앳된 표정들을 짓고 있었겠지 나도.


  수상작들을 모아 단행본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10명의 대학생 작가들을 대상으로 북토크도 진행했다. 젊고 어린 작가들의 얼굴과 이름을 자꾸 보게 된다. 지금 그곳에 앉은 마음과 기분을 잊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번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심사평의 한 부분을 옮겨 대신해본다.

  "더 많이 읽고 부단히 쓰기를 바란다. 발랄한 언어로 새롭고 깊이 있는 시적 세계를 구축하기를, 시의 힘을 믿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기를 부탁드린다. 아직은 서툴더라도, 시를 쓰고 있는 한 우리 모두는 시인으로 호명될 수 있다."



  3.

  봄에 원고를 보냈으니 두 계절이 훌쩍 지나 독립문예지 <베개 7호>가 나왔다.

  '평화롭고 게으른 문예공동체' 답게 느리고 유려하게.


   두 번째 참여하는 것이지만 매번 기대가 된다. 함께 참여한 필자들의 이름을 손으로 만져본다. 기록을 남기고 흔적을 만드는 이들이 느슨하고 아득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곧 참여했던 작가들과의 모임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점처럼 흩어져서 자기 책상 앞에 코를 박고 있을 작가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마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받는 것처럼.

 

  뼛속까지 I인 나는 한 마디도 못하고 올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혼자 쓰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위안을 받고 오지 않을까. 그들도 나와 같을 테니까.


_________

  근황을 모으다 보니 벌써 11월이다.

  글은 안쓰고 적당히 뭉개고 있다.

  11월은 그러라고 있는 시간 같다. 내게는.

  서로 바라보고 있는 숫자 1처럼 자꾸 늘어진다. 좀처럼 가까워질 기미가 안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그가 태운 비닐하우스는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