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이후로 꽤 무용하게 살았다. 누군가가 뛰어갈 때 나는 앉아 있거나 먼 데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앞서 간다는 느낌이 없이도 삶은 흘러가고 어느새 자리를 옮겨 앉기도 했다. 나는 무용함을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어떤 말은 그럴 때 힘이 있고 아름답기도 하다.
시집 『사라지는 윤곽들』을 썼다. 시와 시 사이에 길고도 짧은 산문을 썼다. 나에게 하려던 말을 누군가에게 건넬 때, 우리는 조금 더 친밀해진다.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았더니 어쩐지 따뜻했다. 이것을 어떤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