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볼 용기가 잘 안 나서 누군가 옆에 있을 때 그들의 온기를 빌미로 팔목이 잘린 여고생 성폭행 사건, 사라진 신혼부부, 암매장 살인사건 등의 이야기들을 본다. 알고 보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내 주위에는 없을 것 같은 사건 사고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마다 화면에 등장하는 CCTV는 정말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CCTV 속의 그들은 대부분 지금은 사라진 이들 그러니까 죽임 당한 이들, 실종된 이들이거나 혹은 그들을 그렇게 가해한 사람들인 경우이다.
사소한 기억이지만 오래전 나도 CCTV를 본 적이 있다.
딩동
인터폰으로 밖을 내다보니 아무도 없다.
외출을 하러 나가는 순간 반으로 쪼갠 시뻘건 벽돌 한 장이 내 집 코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현관문에 ‘좆까’ 라고 쓴 종이가 새색시처럼 반듯하게 붙어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관리사무소로 쫒아 가 반으로 쪼개진 시뻘건 벽돌과 욕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평생 처음으로 CCTV를 봤다.
CCTV 속. 그들은 하나 혹은 둘.
머리를 만지거나 손을 내려다보거나 무표정하거나 어색하게 웃는,
연인이거나 스킨십을 하거나 거절하거나,
음식물 쓰레기에 남몰래 코를 쥐는,
흔하거나 기분 나쁜 옆으로 물러서거나 힐끔거리는
사소하거나 진중한 개인이거나 개이거나.
CCTV 속 그들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육체의 테두리는 한 발자국만 뒤에서 봐도 우습다.
문득,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처럼, 엘리베이터 안에서만 살아있는 그 많던 실종된 여자들은 어디 있을까. 묻힌 걸까, 돌아오긴 한 걸까, 궁금해졌다.
3:19 pm
그 시각 중학생처럼 보이는 두 사내아이들이 시시덕 거리며 올라탄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19층으로 올라간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 그들은 연신 웃어 제끼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