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퉁하게 생겨 그저 생긴 것처럼 까다롭지 않고 온순하여 어떠한 기상 조건에서도 무럭무럭 자라 생계를 유지해 주던 것이다.
엄마는 어릴 적 이 감자를 무진장 쪄내셨다. 달지도 않은 것이 그저 텁텁했던.
게다가 깎은 감자가 옹기종기 찜솥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도 어찌나 지루했던지. 특별한간식거리도 없었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감자만큼 만만했던 간식거리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이십 대 후반까지 그 찐 감자를 입에도 대지 않았다. 찐 감자의 담담한 맛을 몰랐으니 나는 어른이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서른이 넘으니 찐 감자의 맛을 조금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적 나처럼 찐 감자를 잘 먹질 않는다. 하여 나는 밥을 할 때 전기밥솥에 감자 두 세알을 넣어서 밥과 함께 찐다. 밥풀이 얼추 몇 개 붙어 있는 찐 감자를 남편의 저녁 밥상에 내어 주면 그게 또 별스럽게 맛있진 않아도 기특하게도 남편의 밥상을 소복하게 채워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감자볶음처럼 간단하면서도 입맛을 채워주는 반찬은 또 없을 것이다. 어제 저녁에는 감자로 볶음 요리와 조림 요리를 해보았다. 볶음은 아이들 것, 조림은 남편과 나의 것이다(볶음에는 속이 노란 자색 감자를 사용했다. 볶았을 때 색감이 이쁘고 더 달고 양파와도 잘 어울린다).
볶음이든 조림이든 둘 다 물을 자작하게 넣고 익을 때까지 팔팔 끓인 다음에 볶음은 기름에 살살 볶아 소금 간을 해 주면 되고, 조림은 기름에 볶다가 고추장과 요리당을 넣고 은근하게 조려주면 된다.
감자 요리는 크게 어렵지 않게 조리할 수 있어서 밑반찬으로 자주 내게 된다. 자주 먹어도 별로 물리지도 않고 언제 먹어도 입 안에 넣었을 때 그 맛 그대로 담백하고 따뜻하다.
집에 감자가 떨어지면 불안하다.
볶음과 조림 외에도 온갖 볶음밥에도, 된장찌개에도, 달걀국에도, 수제비에도 감자는 어김없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아 맞다. 귀찮지만 감자전에도 말이다.
마음이 헛헛할 때 감자를 먹으면 속이 조근조근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물론 살이 찌는 느낌과도 얼추 비슷하다;;). 아마 엄마가 그래서 이 감자를 그렇게 찌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