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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닝닝하고 밍밍한 Jun 09. 2019

자신만의 서사

- 명료한 아픔을 갖는 것

  내가 다니던 회사를 말할 수 없는 기막힌 이유로 그만두고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너는 경험을 얻었잖아, 라고. 

  

  원하지 않았던 터무니없는 경험을, 마치 두고 두고 우려먹을 누룽지라도 되는 양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다. 가끔은 위로라는 게 그렇게 어이가 없고 두서가 없다. 


  사실 그녀는 자신만의 서사를 갖고 싶어 했다.

  좀 더 모진 경험이 자신을 휘몰아 쳤더라면 지금 자신의 우울을 남들에게 온전히 이해시킬 수 있었을 테니까.

  늘 자신의 아픔의 근원을 설명할 수 없어 끙끙대는 그녀의 서사는 아마 그런 거겠지?

  

  명료한 아픔을 갖는 것.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복잡하고 미묘한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주는 울림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 사람을 온전히 까다로운 존재로 만들기엔 충분하다.




  

  한 번도 절박해 본 적이 없는 사람,

  나는 이런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가끔은 부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로지 ‘당신’이기만 한 사람.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아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당신’이기만 한 사람들 말이다.


  대개 사람들이 갖는 유동적인 이미지,

  즉 한 사람의 부모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자식이기도 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의 세례를 받아 사회인이 되어야 하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명백한 사실을 거부하거나 모른 척 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끔은 반발이 생긴다.


  그렇게 가벼워도,

  그렇게 훌훌 벗어 던지고도 살아지는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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