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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닝닝하고 밍밍한 Sep 07. 2019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말들

<오늘의 고백1> 진실은 언제나 양방향이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말들을 내놓았을 때 가슴이 떨렸다.

  나는 고백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내 이야기에 입을 다무는 사람이다.


  기억과 사실과 오해가 일치되는 순간,

  아마도 나는 누군가의 감정을 밟고 일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야 말 거다.

  

  그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나는 용서를 빌어야 하나 용서를 받아야 하나.

  나는 울 수도 있고 참을 수도 있다.

  

  사실과 상상의 위계를 따지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그것이 내 삶 속에서 얼마나 위계 없이 펼쳐졌었는지, 어느 순간 빗대어 말하는 것은 대 놓고 말하는 것보다 자명했다.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얼마나 충실하게 단단하게 견딜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말하는 진실은 언제나 양방향이다. 나는 겨우 한쪽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진실을 재구성하는 일은 억지에 가깝다.

  각각의 진실에 나는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엉겨 붙은 뫼비우스 띠처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잘라 붙여야 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숨겨야 할까.

  

  절벽과 낭떠러지의 차이를 물었던 시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떨어지면 떨어지고 말면, 그것이 절벽이든 낭떠러지든 아무 상관없다고.

  쉽사리 분별할 수 없는 무지 때문에 가슴이 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고백하고야 만다.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말들. 


  내일은 불가능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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