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의 대명사인 아버지에게서 듣는 얘기가 더러 있다. 구두쇠에 관한 이야기를 어려서 들었으니 꽤 오래 전해진 내용이다. 두 구두쇠가 길에서 만났다. 짚신을 누가 더 오래 신는가 하고 내기를 했다. 이기는 사람에게 패배한 사람이 짚신 한 켤레를 주기로 하다. 먼저 사람이 오래 신는 비법을 말했다. 나는 짚신을 들고 가다가 사람이 오면 짚신을 신고 걷는다. 갇다가 사람을 지나치면 다시 들고 간다. 듣고 있던 사람이 훌륭한 방법입니다. 칭찬의 말을 하고 나서 말하기를 나는 짚신을 들고 가다가 사람이 오면 짚신을 신고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그 사람이 지나치면 다시 짚신을 벗어 들고 다시 걸어갑니다. 듣고 있던 먼저 아야기한 사람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졌습니다." 하며 패배를 시인했다. 밥도둑 조기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아버지에게서만 들은 유머다. 딸을 시집보낸 후 편안하게 지내게 된 장인과 사위 사이가 되었다. 한 번은 사위가 처가를 방문했다. 장인이 사위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질문을 했다. 사위가 대답을 했다. "아침밥을 먹고 한참 있다가 점심식사를 하지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 저녁밥을 먹습니다." 듣고 있던 장인어른이 대답하기를 "아니 이 사람아 그렇게 먹고 배가 고파서 어떻게 일을 하고 사나? 나는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그렇게 사네." 하더란다. 어릴 적 처음 들었을 때 어리둥절해하는 아들 녀석을 보며 혼자 웃으시던 소박한 미소가 그리워진다. 아버지의 유일한 유머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평생을 누구와 다투는 모습을 본 알이 없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삶의 흔적이 잊히지 않는 탓이려니.
비가 내리는 날 엄마의 옛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90세가 넘은 할머니가 계셨다. 걸핏하면 내가 너무 오래 사는가 보다. 이제 죽어야 할 텐데 하는 소리를 가족들이 자주 듣는다. 어쩌다 하는 것도 아니니 듣는 가족들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해 드릴까 걱정을 하게 된다. 그래도 늘 부족한 게 어른을 모시는 일이 아닌가. 어느 날 할머니께서 뜬금없이 "편안하게 먹고 죽는 약이 있으면 구해오라고 하신다." 먹고 죽겠다는 얘기다. 가족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장난기 많은 스물한 살 손녀가 소화제를 가루 내어 약봉지를 만들었다. 혼자 계시는 사랑채로 건너가서 "할머니, 소원대로 먹고 죽는 약이니 편안하게 드세요."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문틈으로 살펴본다. 할머니는 망설임도 없이 약봉자를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깔린 바닥재의 끝부분을 열어 들고 있던 약봉자를 넣고 바닥재를 다시 덮는다. "미친년, 내가 정말로 죽기를 바라는 줄 아는가 봐." 그 후로 죽겠다는 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느 마을에 시아버지를 모사고 사는 가정이 있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힘도 약해지고 집 안에 도움도 되지 못했다. 며느리는 남편과 상의했다 우리 생활도 어려운데 시아버지를 시장에 내 다 팝시다 했다. "여보 어무리 그래도 어떻게 아버지를 판단 말이오?" "몰라요 너무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 그럽니다." 아내의 말에 남편은 이렇게 합시다 하며 아내에게 제안을 한다. "여보 아버지를 팔려면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잘 공경해서 건강한 모습이 되도록 한 다음 팔도록 합시다." 했다. 아내는 누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음 날부터 밤을 구해다가 삶아 시아버지를 섬겼다. 시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건강이 좋아졌다. 힘도 세어지니 산에 가서 나무도 해오고 손자도 봐주신다. 금방 한 달이 지났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아버지를 오는 장날에 팔러 갑시다."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손을 가로저으며
"아닙니다, 그냥 모사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