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을 어떻게 정리할까?
2023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매일 바쁜 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바쁘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날들을 돌이켜 본다.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자신에게 약속들을 메모하고 다짐을 했다. 지킨 약속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커튼이 드리워지게 됐다. 자신들을 향해 질문을 해보라? 나는 어느 쪽인가.
책을 많이 읽고 부지런하게 글쓰기를 하려고 했지만 교과목과 연관된 책을 읽고 노트에 정리하는 일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브런치 작품 공모전에 응모하여 입상은 못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발표된 수상작을 읽어보니 받을 만한 작품들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노트에 목차를 적으며 정리하는 중이다. 다음 글을 쓸 때에 좋은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해의 끝이 있다면 삶의 마침표인 생의 마감의 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종착역인 죽음의 문에 이르게 된다는 전제가 있다. 웨인 다이어(Wayne W. Dyer 1940-2015)는 그의 책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You Are What You Think. 정지현 옮김. 토네이도. 2003>에서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고 했다. 배운 이도 권력이 있는 사람도 가난한 사람, 부자도 숨을 쉬는 인간들은 죽음의 문을 향해 가는 나그네와 같다. 위대한 통치자 다윗이 고백했다. 아들 솔로몬에게 유언을 하는 내용이다.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노니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고"(구약성경 열왕기상 2:2)라는 내용으로 마지막 말을 남긴다.
나의 삶에 끝이 이르렀을 때에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이 쓰고 류지현이 옮긴. 토네이도. 2012.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이라는 책이 있다.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190쪽의 주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했는가?'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용서하기 : 니콜이 열두 살 때 엄마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엄마 편히 잠드세요>"
어김없이 세 날이 밝았고 나는 울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 뒤로 2주 내내 울었다, 먹지도 학교에 가지도 않았다. 딱 한 번 장례식 때만 집 밖으로 나갔다. 나는 죄책감을 느꼈다, 더 착한 딸이 되고 엄마에게 더 좋은 생일 선물을 주고 집안일을 더 많이 도왔어야 했다. 갑자기 내가 평소에 하던 사소한 행동들 때문에 엄마가 자살한 것만 같았다. 내가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엄마가 자살했다. 나 자신을 괴롭혔다. 엄마를 미워하기에 이르렀다. 2주 후 아버지는 나를 다시 학교에 보내며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학교 사람들 모두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친구들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스로 왕따가 되었다. 비참했다. 체육대회가 열린 날 운동장이 싫어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도서관으로 갔다. 아무 책이나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들었다. 그러나 그 책에서 내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을 우연히 발견했다. 네덜란드 식물학자 폴 보에즈의 말이었다.
"용서는 과거를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용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왜 엄마를 미워하면서 용서를 못했을까? 용서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에게 훨씬 이로운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행복하다.
(2) 고마운 마음 전하기 : 떠나기 전에 '고맙습니다' 인사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으면 좋겠다. 뛰어놀던 고향의 산과 들, 샛강에서 발가벗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모아 보면서 이웃 어른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싶다.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 군대에서 사귄 전우들도 만나고 싶다. 가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가까울수록 잊지 않아야겠다.
(3)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비로 계획하고 행동하라. 홰외 시찰의 기회가 있어 비교적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 하지만 가보고 싶었던 한 곳 하늘아래 한반도 북쪽이다. 갈 기회가 있었으나 우회하여 가는 게 싫었다. 걸어서라도 판문점을 통해서 갈 생각으로 미뤘다. 기대하며 기다려야겠다.
(4)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써 남기도록 한다.
무엇을 하기 전에 먼저 진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분쟁을 일으킬 만한 재산목록이 없는 게 다행이다. 화목하던 가족이 재산 때문에 금이 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은 끝까지 화목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때가 되어 의식이 흐려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의료기구에 의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사전의료연명의향서를 신청하였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
한 해의 끝을 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삶의 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