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입천장을 데어버린 콩나물국밥

언제나 우아하게 콩나물국밥을 먹을 수 있으려나...

by 태생적 오지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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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1가지 이상 연구를 진행한다.

소정의 연구비를 받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돈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추가로 내 돈과 그보다 나의 정성이 훨씬 많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보면 손해인 이런 일을 왜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나의 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2005년 박사가 된 이후 대학에서의 강의나 교사 연수도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학회지에 논문 수록을 하던 못하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관심 있는 영역의 연구를 수행하고 – 내가 하는 연구는 학교를 기반으로 하는 현장연구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영역의 연구를 대우해주지 않는다. -

그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제법 커다란 만족감을 준다.

올 한해도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마음일수도 있다.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는 쳇바퀴가 기다리고 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하는 나만의 루틴이고

소속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나 나름의 재능기부이다.

오늘 2022년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오면서 오랜만에 북촌을 돌아다녔다.

점심시간이기도 해서 마땅한 식당이 있으면 혼밥을 해볼까 두리번거렸다.

사람이 길게 줄 선 곳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핫플이었고 그렇지 않은 곳도 다들 나름의 멋짐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바쁜 점심시간에 젊지도 않은 내가 혼자 밥을 먹어도 될 만한가 싶은 식당은 찾기 힘들었다. 나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고 혼밥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결국 1.6Km를 걸었다는 표시만을 남기고 두 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집 앞으로 와서 콩나물국밥을 시켰다.

이미 배는 많이 고프고 콩나물국밥은 많이 뜨거워서 나는 또 입천장을 데어버렸다.

생각해보니 배가 고픈 날에는 뜨거운 음식을 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입천장도 데고 혓바닥도 까지는 여러 번의 경험이 있었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그 사실을 잊어버린 내 머리를 탓하면서...

그래도 콩나물국밥은 잘하는 집과 아닌 집의 차이가 별반 크지 않은 음식 중 하나여서 선택의 실패정도가 크지 않은 음식이다.

그리고 혼밥을 하는 나이 지긋한 다른 몇몇 손님들이 있어서 마음의 안정감도 생겼다.

그렇다. 외식은 안정감을 주는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최고이다.

그러나 다음에 같은 기회가 온다면 도전을 선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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