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숫자가 주는 의미

딱히 달라질것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 글이 내 브런치의 1,000번째 글이다.

2024년 3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 (방금 찾아봤다.)

일년하고도 7개월쯤 걸렸다.

양이 뭐가 중요하겠는가만 성실하다는 증거가 가끔 되기도 한다.

1,000번째이니 특별한 글감이 있어야하나

잠시 고민하고 생각했다만

그런 일회성 이벤트로 브런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그냥 하던대로 긴 지하철 여정을 짧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비책으로 글을 쓴다.

지하철 5호선 어느 칸에 안경을 벗고

두번째 손가락 하나로 핸드폰 자판을 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다.


어제 오전과는 180도 다르게 차가운 날씨에

섬찟 놀라며(이건 뭐 한파주의보를 내보내야할 정도이다.)

후드티를 입고 온 나를 칭찬하면서

머리끝까지 후드를 올리고 길을 나섰다.

계획대로라면 왕십리역까지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마라톤대회 관계로 버스 노선이 우회한댄다.

할수없이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데

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수많은 러너들이 반대편 차도를 꽉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 러닝그룹의 실상을 봤다.

대단하다.

난 한겨울처럼 입었는데

그들은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다.

그들의 젊음과 열정이 부럽기만하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열정의 길을 나선것은 똑같다.

<불꽃야구> 직관에 가는 중이니 말이다.

아마도 올해 마지막 직관이 될지도 모르니

뜨거운 응원을 해주고 싶고(소리는 못지른다. 내일 강의가 있다. 일어나서 도구 흔드는것도 힘들다. 무릎이 아프다. 그냥 애정어린 눈빛만 발사할 예정이다.)

내 인생만큼이나 고난의 시련을 겪고 있는 <불꽃야구> 제작자들과 출연진에게 완전 빙의된지 오래이다.

아침부터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이나

응원을 위해 중무장하고 길을 나선 나나

마음과 행동은 비슷한 것일게다.


브런치글도 그렇다.

1,000번째 글이나 첫번째 글이나 546번째 글이나 모두 나에게는 소중하고

그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존재했을것이고

그 하나 하나의 글이 바탕이 되어

1,000번째 이 글이 탄생하게 된 것일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간단한 나만의 자축연은 필요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제일 좋은건

누가뭐래도 맛난 음식이고

오늘 <불꽃야구>가 멋지게 이겨준다면

내 브런치 1,000번째 글 축하 및

내 생일 축하선물이라 생각하련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부담은 주지 않겠다.

지려고 시합을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

다만 운이 조금 따라주기를 희망할 뿐이다.

아직 지하철에서 내릴때까지는 멀었다.

지하철로도 이리 오래 걸릴만큼 서울은 넓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