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70

평가가 필요한 이유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난 주 고무적이었던 일은 <오늘 수업 재미있었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때이다.

내가 가장 좋아라하는 말이다.

어디서 어떤 강의를 하던지 제일 듣고 싶고 뿌듯한 이야기이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고 그 내용이 기억날리가 없다.

어찌보면 나는 개그맨(아니다. 개그우먼이겠다.) 인가 싶을때도 있다.


대학은 강의 평가를 자주 한다는 점이 중고등학교와 다른 점이다.

중간평가도 하고 기말평가도 하고 성적이 나온 후 평가도 한단다.

교사였을 때 1년에 한번 하던 교원능력평가가 있었다만

의도와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상처를 받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었다.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는 절대 욕을 먹지 않으나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서술형 응답에 욕과 비난이 적혀있는 다양한 케이스가 있었다.

그 평가 결과가 교사와 학생들에게 심난하고 불편한 사이와 시간을 만들곤 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슬몃 사라져버렸으나(잠시 중단) 올해는 어떤지 모르겠다.

물론 그 평가가 좋은 사람을 대상으로 특별학습연구년에 지원이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

다행이 나에게 해당되었던 케이스이다.


지난 주 대학 강의에서의 첫 번째 중간 평가 결과를 살펴볼 수 있었다.

물론 응답자수가 너무 작아서

(한 강좌당 25명 정도 수강생인데 평균 7명 정도의 응답이니 신뢰도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기말에는 응답을 독려해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서술형 평가에 적혀진 내용이다.

오해의 소지가 없게 그대로 첨삭없이 옮겨본다.

한 학생의 의견이 아니고 6개 강좌 중 6명 의견이 달려있었다.


<너무 유익해요.

팀플이 너무 많아요.. 그것만 빼면 혼자서 하는 실습들은 다 좋은 것 같습니다! 팀플이 한 수업에 두 번 씩 있는 건 좀 힘든 것 같습니다

과학의 이론적이고 어렵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 누구나 접근하기 좋고 재미있게 알려주시는 수업방식이 좋았습니다.

수업이 전문적이고 섬세하며 관련 정보들을 최신것으로 알려주신다. 고등학교 또는 관련학과 강의 느낌이 날(?) 때도 있지만 그게 매력이다

부족한 학생을 끝까지 지도해 주시는 감사한 교수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ㅎㅎ 항상 즐거운 수업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수강신청 당시 찜수가 너무 적어서 폐강될까봐 두려웠는데 (제가 이 강의를 꼭 들어야 해서요) 다행히 수업이 열려서 너무 좋았습니다 ㅎㅎ 기대했던 것만큼 수업의 질은 너무 좋고 제가 사실 조별활동을 정말 싫어하는데요... 이정도의 조별활동은 괜찮아요 ㅎㅎ 수업 잘 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당

없습니다! 연강으로 1시부터 다음 수업에 들어가느라 밥먹을 시간이 없지만..그건 제 선택이기에..

학생들의 스케줄,어떻게 하면 편하게 과제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하시는게 느껴져요. 중간고사나 이런 것도 알려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태양보는 것, 실험하는 것, 과학을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것, 처음 해보는 것도 많고, 그만큼 제가 좋아하는게 더 많아지는 느낌..여러모로 얻을 게 많은 수업이라고 느껴져요..! 그리고 교수님 과학 진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느꼈을 땐!!!! 그래서 너무너무 좋아요ㅎㅎㅎ 그래서 더 더! 재밌어요!!>


이정도면 힘을 매우 북돋아주는 내용이다.

대학생때 팀플 연습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안내와 난이도(사실 엄청 쉬운 것이다.)

그리고 시간들에 대한 점검은 지금도 고민하는 것이지만 한 번 더 꼭 하겠다.

결과처리 후속작업을 이 새벽에 마치고 다짐처럼 기록처럼 이 글을 쓴다.

일단 오늘 할 미션 한 가지 완수이다.

다음 주 조별 활동은 M&M 초콜릿으로 하는 것인데

나도 처음해보는 것이니 결과와 과정은 아직 머릿속에만 있다.

학생들은 저 초콜릿을 이용한 간단한 활동 속에서 어떤 과학 내용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그리고 팀플을 하는 이유.

졸고 있는 학생들을 깨우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다는 것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이것은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셈이다.

평가가 이렇게 강의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게 사실이다.

굳이 필요없는데 서열을 매기거나 우열의 근거로 삼거나

근거없는 비판과 흠집 내기를 위한 평가로 악용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 평가는 평가자가 많을수록 의미있는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의 오류와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응답자수를 꼭 살펴봐야 한다.

오늘도 부지런히 모닝 강의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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