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송을 보고 자야한다.
다음 주 나의 일정이 바쁘지만 생일 선물을 받고 싶어서 길을 나섰다.
내가 좋아하는 <불꽃야구> 팀의 승리로 올해 생일 선물을 대신하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
왜 욕심인가하면 선수들이 몹시 지쳐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숫자를 채우려고 9월 이후 거의 매주 1회 내지 2회 경기를 하고 있는 듯하고
(직관이 아닌 경기도 있으니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나이들이 있으니 그리고 추워지니 몹시 힘들거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몸이 무거워질 나이이다. 그들도 대부분 40이 넘었다.
티켓팅 역량이 뛰어난 고수님들 덕분에 좋은 자리를 구했고
응원을 열심히 할 체력은 없어서 마음 속으로의 응원과 옆자리 지인에게 해설만 주로 했으나
오늘 경기는 나름 자칭 야구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승부를 뒤집기는 영 힘들어보였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만
우리팀 투수들이 특히 지쳐보였고
상대팀이 대학 야구에서 뽑힌 올스타라는 팀명에 어울리게 공격, 수비, 주루에 빈틈이 없었다.
힘없이 맥없이 끌려가는 이런 경기는 올해 거의 처음 보는 스타일이다.
힘든 선수들을 이해하지만
에러를 하면 눈으로 욕이 나오고
한숨이 쉬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야구는 이렇게 심장에 안좋은 종목이다.
생중계까지 하고 있는데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니 어쩔까 걱정도 되었다.
가뜩이나 요새 안좋은 이슈에 휘말려있어서 더욱 걱정이 컸다.
방송을 만들고 있는 대표 PD는 작년에 비해서 엄청 말랐고 표정도 어두워보였으니(내 피셜이다.)
더더욱 안쓰럽기 그지없다.
내 코도 석자이지만 <불꽃야구> 제작사에게는
무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아마 오늘 직관을 온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그랬을 것이다.
추위가 점점 느껴지고
점수차는 점점 벌어지고
내 기력은 점점 떨어져서
8회가 시작할때쯤 먼저 집으로 출발했다.
다 끝나고 지하철역으로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집에 가기 늦고 힘들 듯 하고
내가 패배요정인가 싶어서 자리를 비워줘볼까 하는 마음도 아주 약간은 있었다.
나는 내가 응원하는 팀 경기를 직관하면 자꾸 지는 경험을 종종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하는 징크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나서는 길에 커다랗게 뜬 달을 보고는 기도는 했다.
생일 선물로 승리를 받고 싶다고.
한참 뒤 생방송을 보고 있는 친한 후배에게 톡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약속의 8회 기적 같은 그리고 짜고 치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이다.
내 기도가 통한 것인가? 아니면 그 불운의 징크스가 작용한 것인가?
그렇게 안플리던 경기가 내가 나오니 그리 된다고?
그렇다면 계속 내가 안보면 역전이 되려나?
그래서 SNS도 하지 않고 눈을 꼭 감고 지하철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조용하고 길었는지 모른다.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지금도 재방되고 있으니
스포는 절대 아니다.
나는 기적과도 같은 생일 선물을 받았다.
감사하다. 이 늙은이의 생일을 축하해줘서 말이다.
저혈압인 분들이시여. 야구를 보시라.
혈압이 푹푹 올라가게 된다.
대신 속이 터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만.
내가 못본 8회와 9회 재방을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그런데 옆에서 내일 병원 검사를 가야하는 남편이 운전을 못한다고 나를 긁어댄다.
왜 그러는 것이냐?
지하철역까지 모셔다 드리면 그러려니 하면 될 것을.
자존심이 상하나보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고마우면 고맙다 하면 될 것을 말이다.
어차피 이제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내가 도와줘야하는데 말이다.
기분 좋게 도와줄 수 있게 고맙다고 하면 될 것을 기분나쁘게 내 운전 실력을 비아냥 거린다.
그래도 <불꽃야구>에서 생일 선물을 받았으니 이쯤에서 내가 참는다.
빨리 8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인데 아직 5회이다.
아직 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