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운전이 가능할까?

멀지않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교사가 된 첫번째 여름방학에 한번만에 운전면허를 따는데 성공했다.

시험은 공부로 하는거니 열심히 문제집을 보면 되는거라 걱정이 안되었지만

실기와 주행은 공간지각능력 꽝인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참고로 난 IQ검사에서도 그 부분만 성적이 좋지않다.

오른쪽 왼쪽 회전등의 머리가 팍팍 돌지않는다.

아마 운전면허 시험 다섯 차례 이상 낙방하신 아버지와

모태 길치라 고백하신 어머니의 합작품이니

그럴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래도 기적적으로 한번에 면허취득에 성공한다.

나에게는 올림픽 금메달 딴것과 비슷하다.


방학동안 열심히 주행 연습을 하였으나

본격적으로 운전을 한것은 출산을 하고

아이를 태우고 다닐 필요성이 대두되었을 때이고

그 이후 운전은 필수가 되었지만

항상 두려운 존재였고

가슴 조이는 미션이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이 데려다주는 차를 타면

운전자에게 고마움의 밥을 샀고

옆자리에서 절대 자지않았다.


장거리 운전은 골프장을 다니면서 시작했고

가급적 새벽이나 야간 운전은 피하는것이 원칙이나

가끔 예외가 있는 날도 있다. 오늘처럼.

그리고 이런 날은 시험에 들게도 된다.

먼저 동트기전 고가도로이다.

거의 놀이동산 수준으로 높이 올라가는 고가도로는 주변 아파트 불빛을 받아 눈이 시리고

혹시 내가 핸들을 잘 못 돌릴까 공포감도 생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한다.

곧이어 지하차도가 연이어 나타난다.

지하차도와 터널의 차이점을 오늘에서야 알겠다.

지하차도는 훤하고 터널은 어둡다.

가끔 반짝거리는 무지개 불빛이 나오는 터널도 있다만

안 이쁘다.

운전 중 제일 무서웠던 경험은 비바람이 셌던 날

인천공항가는 다리를 건널때였는데

작은 차라 엄청 흔들렸다.

따라서 고가도로, 다리, 터널, 지하차도 중

나에게 최고는 지하차도이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시대의 운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늘도 친절한 안내를 들으며

무사히 새벽 운전에 성공했고

생일 기념 전복미역국을 아침으로 먹는다.

이번주는 생일 주간이니 호강 좀 해보자.

어제 저녁 연구 회의 후 정신이 바짝 들었다.

연구의 부담감을 미역국으로 떨쳐버려지기란 쉽지않을 테지만

일단은 오늘 약속된 일부터 잘해보자.

집에 돌아갈 때는 낮 운전이니 스트레스는 훨씬 덜할 것이다.

운전할 날. 얼마남지 않았다.

(사진은 어제 출근길인가 퇴근길 하늘의 묘한 것을 찍은 사진이다. 분명 비행체인데 크기가. UFO라 우기지는 않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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