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아들 녀석의 올해 생일선물

무엇보다도 멋진 선물이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엄청 걱정했지만 바람도 한점 없고

단풍은 절정으로 멋지고

함께한 동반자는 더 멋진

11월 생 토파즈(11월의 탄생석 광물이 토파즈이다.) 시스터즈의 생일 기념 라운딩이 끝났다.

마침 올해부터 가끔 공을 치는 후배들이 모두

11월 생일 줄은 정말 몰랐다.

여하튼 생일을 핑계삼아 좋아라하는 공치기와

가을 소풍을 함께 할 수 있는데

마침 날씨까지 협조해주어서 마냥 행복한 오전이었다.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주고,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게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어요!

선물 같은 하루.>

후배의 톡이지만 나머지 두 명도 똑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다양한 선물(양말, 골프장갑, 근육에 바르는 연고, 수건, 화장품 등)과

맛난 간식(양갱과 작은 케잌 그리고 심장에 좋다는 다크 초콜릿과 처음보는 과자까지)

그리고 서로가 찍은 오늘의 멋진 사진도 받았다.

준 것보다 받은게 훨씬 많은 남은 장사였다. 고맙다.


오후는 하나뿐인 아들 녀석에게 생일 선물을 강요하는 시간이었다.

이사를 앞두고 처리해야할 일 중 내가 혼자하기에 버거운 것을 아들 녀석이 함께 해주는 것으로

올해 생일선물을 퉁치자고 내가 제안했었고

아들 녀석이 오케이해주어서 협상이 타결되었다.

일단 세탁기, 티비, 냉장고의 이전 설치 예약 온라인 신청을 처리했고

이사 전날 저녁 도시가스 철거도 신청했고

(고양이 설이가 혹시 가스를 건드릴까봐 안전 도구도 설치해서 기사님 방문이 꼭 필요하다.)

새로 이집으로 이사들어오는 분들에게 인계해야할 물품도 확인했고

(에어컨 리모커 하나만 행방불명이다. 분명 남편에게 주었었는데.)

버릴 가구 중에서 하나만 가져갈 것을 고르는 결정도 아들 녀석에게 맡겼다.

단칼에 결정해주었다.

그리고 기타 다양한 잡일(노트북 자판도 고쳐주고 오랫만에 설이와도 놀아주고) 을 함께 처리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의미있고 필요한 생일 선물이다.

이번 주까지 출장이고 매우 힘들텐데도 함께 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멋진 선물이었다.


어제 연구팀 첫 회의에서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한 후 정신이 버쩍 들었다.

월요일인데 금요일인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고 기운이 영 안 차려지더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해석이 각각 다른

연구팀원들과의 첫 회의를 하는 동안에 멘붕과 걱정이 함께 몰려오면서 정신이 순간 차려진 것이다.

아마 일요일 <불꽃야구> 선수들도 그랬을지 모른다.

초반에 어리버리하다가 계속 에러가 나오고

정신을 못차리고 실점의 연속이었는데

어는 순간 아마도 뒷머리가 쭈뼛해지면서 정신을 차리고 각성하게 된 계기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점과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아마 본방송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 이후 경력과 짬밥을 바탕으로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절실한 모습이 보였었다.

그래서 믿을 수 없는 역전의 드라마가 완성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제 <불꽃야구> 출연중인 레전드 경력자들처럼 힘과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내일은 저녁 늦게까지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이 있는 날이다.

그 중간에 여유 시간이 있으니 연구 관련 자료 검토에 들어가보련다.

조금 쉬다가 말이다.

새벽부터 너무 달렸더니 기력이 조금 딸린다.

고양이 설이 옆에서 잡시 휴식을 취해야겠다.

(이제는 오빠가 여기 없다는 것을 아는지 가고 나도 섭섭한 눈빛을 덜 보인다. 물론 좋아라하는 모습은 여전하다만.)

이번 주 아마도 가을을 만끽하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라 아쉽기만 하다.

최대한 즐기고 즐겨야겠다.

그게 생일 주간인 나에게 내가 주는 선물이다.

해 생일 미역국은 오늘 아침 골프장 식당에서

전문 주방장님이 소고기와 전복을 넣고

정성껏 끓여주신 것을 맛있게 먹은 것으로 퉁친다.

그 분은 이런 깊은 뜻이 있는 줄은 모르셨을 것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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