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금요일 저녁같다.
이렇게 기력이 없다니. 이번 주가 위험하다.
보통 월요일에는 기운이 번쩍번쩍하는 편인데
오늘은 아침부터 기력이 1도 없다.
물론 이유는 알 것 같다만 그래도 이건 너무 저질 체력이다.
지금껏 매일 만보 정도는 걷고 기초체력을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상황으로 보면 말짱 꽝이다.
컨디션이 안좋다는 척도는
브런치글을 쓰고 싶냐 아니냐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최근들어 글쓸 생각이 이렇게 안드는 날은 처음이다.
나의 컨디션을 판단할 새로운 기준이 하나 생긴 셈이다.
컨디션이 조금 나빠지면 갑자기 식욕이 샘솟는다.
아마 본능적으로 영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이 느끼는 모양이다.
아침 도시락으로 싸간 유부초밥도 다 먹고
점심에는 튀김유동 컵라면도 하나 사서 정말 5년 만에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있는 반찬 다 꺼내서
허겁지겁 밥도 먹었는데 아직도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픈 것인지
뱃속이 약간 울렁거리는 것인지
구별이 쉽지는 않다.
이 와중에 7시 반부터 새로 시작하는 연구팀 첫 온라인 회의가 있는데
내가 팀원일때와 연구 책임자일때는 전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준비과정에서 이미 실감하고 있다.
회의가 잘 되려나 지지부진되지 않으려나 걱정이 슬몃 되지만
나말고 기력좋고 쟁쟁한 팀원들의 역량을 믿어본다.
그나저나 오늘은 병원에서 검사 결과만 듣고 오는 스케쥴이라던(지난달은 그랬었다.)
남편은 연락도 없이 아직도 귀가하지 않고 있다.
아들 녀석이 남편을 닮을까봐 그게 싫어서
어려서부터 엄청 깐깐하게 닥달을 해댔으나
비슷한 성향인 것을 보면 참 유전이라는게 무섭다.
이러다가 아마 온라인회의 하고 있으면 큰 소리를 내며 들어올지도 모른다.
고양이 설이는 이제 온라인회의가 무엇인지 아는 듯
화면을 거슬러 지나다니지는 않더라.
그래도 이 힘든 컨디션 중에도
남편을 위한 오징어무국을 끓여두었는데
아직도 무소식에 오지 않는 남편은
정말 아픈 사람만 아니라면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이제 월요일 저녁인데 이리 지치면 안되는데
회의가 잘 끝나고 숙면하기를 기다려본다.
설마 그 사이에 남편은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역시 온라인회의 중에 남편이 들어왔고
큰 소리로 방에서 전화를 해대더니
오늘 예정을 당겨 항암주사를 맞았다하고
복수도 처음으로 뺐다고 하고
전화기는 놓고 갔댄다. 아이고 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