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교에서 나는 이상적인 쌍둥이 형제를 만났다.
남, 녀 이란성 쌍둥이라 나는 개학을 하고 한 달이 지날 때까지 둘이 형제라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
교사로서의 마지막 3년을 보내는 학교에 부임하고는 고민이 많았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마침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토요일에도 몇 몇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토요일에 융합과학의 관점에서 듣기 힘든 특강이나 평소에 해보기는 힘든 실험 활동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명 야구선수들이 은퇴시기를 정해놓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은퇴투어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말이다.(난, 이대호나 추신수 선수급은 절대 아니다.)
주변의 강의 잘하는 선생님들과 특급 강사님들을 초청했다.
다행히 나는 우수한 강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모두들 나와의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얼굴 한번 보자고, 흔쾌히 적은 강사비에도, 주말임에도 학교를 방문해주었고
토요 방과후활동을 신청한 10여명 학생들은 다양하고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학교 전체 학생수가 200여명 정도의 소규모 학교이다.)
강의를 끝내고 돌아가는 강사님들마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 때문에 오히려 힐링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해주어서 더욱 기뻤다.
이런 활동에 제일 열심히 참여한 학생이 쌍둥이 형제들이다.
항상 웃는 얼굴이며 모든 주제에 관심을 보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들이다.
(모든 활동을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모범생이라고 모두 영재인 것은 아니다.
학교 성적이 좋은 사람이라고 모두 영재인 것도 결코 아니다.
이 형제들은 일단 사회성 영재임에 틀림없다.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해피 바이러스를 나누어준다. 그리고 형제간 우애의 표본을 보여준다.
두 쌍둥이의 사회성과 영재성이 잘 나타난 예로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UCC 공모전 참가 과정을 들 수 있다. 나는 공모전이 있다는 공문 자료를 넘겨주었을 뿐이었다. 한번 해볼래하고...
쌍둥이 둘이서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잘 그리는 녀석을 섭외하고, 아이디어 창출이 뛰어난 녀석을 섭외하고 자신들이 직접 더빙까지 넣어서 UCC를 만들어왔는데 이것이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특출한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세밀한 구성과 표현 능력이 고등학생도 능가할 정도로 단연 압도적이었다.
적재적소의 능력을 가진 팀을 구성하고 이를 운영하는 능력과
해당 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끈질기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영재의 특성인 과제집착력과 연결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과제집착력이 없으면 중도 포기하게 된다.
요새 청소년들이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용감한 쌍둥이들에겐 포기란 없었다.
학생회장과 임원으로 학교 축제를 진행할 때도 주도적으로 과제를 수행하였다.
진심을 다해 멘트와 각각 맡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중간 중간에 학생다운 아이디어를 넣어서 재미를 높여주었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의견 교환에 있어서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사회성 영재다운 대화의 기법도 갖추고 있다.
아직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고1 쌍둥이의 앞날을 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무엇을 해도 그들의 방법대로 한다면 무엇이든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 더 나은 것에 도전할 것이다.
마지막 학교에서 이렇게 멋진 쌍둥이 영재를 만난 것은 나의 큰 행운임에 틀림없다.
졸업식날, 그들은 나를 만나서 행복했다고 손편지를 적어주었다.
요새 누가 손편지를 적어주겠는가? 이것만보아도 사회성 만랩의 영재가 틀림없다.
지금은 고1 첫 중간고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그들을 응원한다.
(위 사진은 쌍둥이들이 해시계 만들기 활동 후 직접 시간을 측정한 사진을 보내준 것이다. 적용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