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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영재 여섯 번째 이야기

다양한 영재성 분야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는 1교시 부장회의, 2~5교시까지 밀도 실험, 그리고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간 먼 학교의 지능형 과학실 구축 업체 선정 등을 위한 컨설팅 회의 참가의 힘든 일정이었다.

전날은 외부 체험활동일 인솔이었다.

내가 하는 수업은 아니지만 행사를 신청하고 이동 차량을 확인하고 세부 계획을 점검하면서 일과를 진행하는 일은 혼자 수업하는 것이 더 쉽다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행사일이면 선생님들도 노는 날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꼭 담당자가 아니어도 신경써야 할 일은 더 많다.

5월은 학교에 행사가 많은 달이다.

그 행사를 준비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신다.

학생들이 즐거운 만큼 그 선생님들은 일이 많으셨다는 뜻이다.

알아달라는 뜻은 아니다.

학생들이 즐겁고 멋진 경험을 하였으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행사중에 다양한 영재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오늘 교사 생활 중 처음 듣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준 영재가 있다. 귀를 의심했다.

쉬는 시간이었다. 다음 수업 반 학생들 몇 명이 과학실에 먼저 왔다.

나는 연속 네시간 실험이니 당연히 쉬는 시간에도 과학실을 지키고 있었다.

“ 선생님. 과학실 청소를 좀 해도 될까요?” 그러고는 빗자루를 들어 과학실을 이곳 저곳 쓸기 시작했다.

쓸고 먼지를 담는 모양새가 한 두 번 해본 모습이 아니다.

옆 친구의 말이 이어진다. “쟤는 우리집에 와서도 집이 더럽다면서 청소해요.”

생전 처음 만난 청소 분야(?) 영재였다.

아직 그들의 눈에는 먼지가,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을 나이이다.

먼지가 저기 있다고 알려주어도 안 보인다는 아우성치는 녀석들이다.

어느 분야에겐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영재가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청소를 매일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역량이 아니다.

어느 분야에게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힘든 일정에 과학실 청소를 며칠 못했다.

과학실 청소는 내가 수시로 한다.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니 그 사람이 청소를 담당하는게 당연하다.

선생님은 청소를 안하고 학생들이 청소를 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본인들의 반 청소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하지만)

집에서도 청소를 딱히 시키시지는 않는 것 같고

학교에서도 별로 하지 않으니

청소 스킬이 없어서(뭐든지 해봐야 요령을 터득하게 되는 법이다.)

시간만 오래 걸리고 결과는 안 나오는 그런 모양새가 된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청소를 연습하지 않으면 도대체 언제 청소 역량을 키우게 되는 것일까?

평생 청소를 안하고 살아도 되는 것일까?

물론 대부분의 청소는 청소기가 해줄 수 있지만 세부적인 것에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주위 환경을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다.

누군가가 항상 대신 정리해주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재벌집 아들 빼놓고 말이다.)

해야 될 나이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할까 하는 생각은 다소 위험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과 습관이 되어야 되는 것은 다르다.

청소도 유튜브를 보고 배워서 할 수는 있겠으나(모든 분야의 만능 선생님이 유튜브이지만)

어려서부터 자신의 주위를 정리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역량은 꼭 필요하다.

오늘 처음으로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는 청소 영재를 알게 되었다.

쉬는 시간 5분간의 청소를 끝낸 영재에게 칭찬과 함께 초콜릿 5개를 주었다.

그걸 본 몇몇 녀석들이 자기도 청소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건 영재가 아니다. 초콜릿을 먹고 싶을 뿐이다.

영재는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자연적으로 발현되어진다.

나는 어느 분야에 영재성이 있는 사람일까?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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