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과학인
방학이 길어져서 과학고 서류 제출 시간인데 학교에 없는 신기한 경험도 다 해본다.
영재고는 이미 입시 전형이 마무리 되어가고
이제 과학고와 외고, 예고등의 입시철이 다가온다.(물론 대학 입시의 절절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이전 목동지역의 학교에 있을 때는 한해에 많게는 10여명의 추천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학교 사이즈가 워낙 크기도 했고 과학고를 특히 선호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많아서였기도 했다.
지금 학교는 3학년이 68명인 서울 시내 중심의 소규모 학교인데 그 중에 2명이나 이번에 과학고를 지원한다.
이런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 두명 모두 1학년때부터 나와의 융합과학활동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한 기특한 학생들이다.
열심히 활동을 하다보니 과학고 진학을 생각한 것인지
과학고 진학을 위해서 활동에 참여한 것인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려운 과학을 전공하겠다는 그 결심이 기특해서 나는 추천서를 거절한 적이 없다.
그런데 600자 혹은 400자 정도로 그 학생에 대해서 내용을 적어주려면
가끔 보거나 수업 시간에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러나 그 학생이 나와 방과후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활동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보는 일은 그리고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보는 일은 기분 좋은 설레임이다.
그리고 특히 그 학생이 어떤 활동을 좋아했는지 어떤 특별한 문제해결과정을 보였는지
그리고 평소에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를 저절로 알게 되면 추천서를 작성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된다.
과학 영재와는 다르지만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나의 업무 중 한 가지인 학교 축제를 위해 작년에 넌지시 학생들에게 밴드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는 희망자에게 <붉은 노을>을 연습해서 한 달 뒤에 만나자고 언질을 주었더니
세상에나 건반 3명, 드럼 1명, 기타 3명, 노래 2명, 매니저 1명 등 총 10명의 학생이 모였다.
그 학년 총 학생이 68명이다.
작년 축제의 멋진 피날레를 하고 나니 올해에는 더욱 자신감이 생긴 듯 하다.
나는 올해는 <그대에게> 한 곡만 연구하자 하였으나 굳이 3곡이나 연주를 하겠다고 한다.
연주곡도 쉽지 않은 곡들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2학년에서도 기타 연주자 4명이 더 충원되었다.
이제 제법 밴드 소리가 우렁차게 난다.
내가 퇴직을 하더라도 밴드가 유지되기를 희망해보지만 다른 선생님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으니 그런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번 긴 여름방학동안 밴드부에게는 개인 연습 미션을 부여하고
연습 영상은 단톡에 공유하여 자발적인 자극을 받게 했다.
개학 후 연습이 기대되고 있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겠지만 1월까지 노력하면 잘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과학고 원서를 지원한 그 두 명은 밴드부에서 건반과 드럼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며 과학을 연구하기를 소망하는
두 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처럼만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이다.
과학고에 합격하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과학을 전공하려면 꼭 과학고에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과학을 좋아라하는 마음과 지금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이면
과학고가 아니라도 과학중점고등학교도 있고 일반고를 가서도
대학의 관련 학과를 진학하면 된다.
꼭 과학고와 서울대를 나와야야만 과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삶은 무슨 일이든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학생들을 추천하고 격려할 수 있는 내 자리가 참 좋다.
( 그 두 명중 한명이 최종 합격했다. 축하한다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기뻤지만 기쁜 티는 최대한 자제했다. 나에게는 떨어진 한 명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