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령을 받은 후 첫 학기는 비담임이었고 2학기부터 담임교사가 되었다.
1학기 담임 선생님께서 출산을 하러 가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고로 나의 첫 번째 담임반 신남중학교 1학년 5반 학생들이 유독 기억이 남지 않을 수 없다.
거의 50명에 육박하던 한 학급 학생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여학생은
실험보고서와 노트 정리에서 나보다도 나은 완벽을 보았고
항상 조용하게 수업 내용을 듣고 미모까지 갖춘
시험에서의 실수도 거의 없는 만년 1등 그 학교의 여신이었다.
조용한 여신인 줄만 알았던 J양이
사실은 리더쉽과 스포츠 능력까지 갖춘 여장부 스타일이라는 것은
어느덧 중견의 치과 의사가 되어 다시 만난 후 알게 된 사실이다.
축제 준비에 바쁜 오늘 아침 조용한 톡이 왔다.
< 선생님~추운데 감기 안걸리시고 잘 지내시고 계셔요?
학교축제 준비 잘되고 계시나요? 제가 뭘 도와드리고싶은데 마땅히 생각이 안나서..
뭐 애들 먹는거에 대한 선결제나 기부형태라도 제가 도와드리고싶은데..
할수있는것이 없을까요? 마중물로 필요하신거 있으심 말씀주세요 선생님~>
톡 한 줄로도 이렇게 행복감을 주게 만드는 그녀는 영재임에 틀림없다.
<치과의사 J. 이렇게 이름 박아서 보내주렴. 멋진 내 첫 제자님. 플리마켓 물품이면 무엇이든 좋단다.>
<ㅎㅎ 제 이름은 안박을래요 선생님~~!^^부끄러워요 ㅋㅋ
그럼 제가 병원에서 파는 치약이 연대 교수님이 제작하신 좋은 것인데 종류별로해서 보내드릴께요>
그리고는 얼마 뒤
<선생님~
치약 세종류 합쳐서 120개, 칫솔100개 내일오후 배송될거구요~
선생님앞으로 배송시켰으니 잘 챙겨주세요~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뜻깊게 쓰였음 좋겠네요~^^>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힘들지만 그녀와 딱 어울리는
친절한 소아치과 의사를 하고 있다.
내가 그녀의 담임이어서 많이 행복했다고
나에게는 선물같은 제자라고
은퇴를 앞둔 이제는 이야기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는 이 톡으로 충분했다.
그리고는 나의 멋진 밴드 동아리 녀석들이
금요일 마지막 공식 연습일을 마무리하였음에도
이번 주 내내 점심 시간에 음악실에 모여서 자발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만난 영재 열 번째부터 열 다섯 번째까지는 차지할 멋질 녀석들이다.
그들의 연주를 듣는 순간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다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축제때 다른 사람들도
그 느낌을 알게될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점이 작년보다는 엄청 달라진
그들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여 더욱 기뻤다.
영재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문제해결력이다.
그런데 문제해결을 하려면 필수적인 것이 공감 능력이다.
지금 현재 상황이 객관적으로는 어떠하고
그래서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어떠한 공감이 필요한지를 아는 능력은
누구에게인가는 태어나면서 타고난 것일 수도
누구에게인가는 부단한 노력과 연습에 의해 쌓여지는 것일 수도 있다.
축제를 위하여 추가적으로 연습을 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나누고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는 것은
문제해결력과 공감능력이 내포되어 있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는다.
그들은 영재임에 틀림없다.
오늘 찾아낸 마지막 영재는 우리학교 과학실무사님이다.
지난 미래학교에서 같이 있어서 서로의 능력과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그리고 내 제자라고해도 다를바없는
나이차이기는 하지만
오늘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서
나의 큰 고민거리였던
축제 오프닝 동영상을 멋지게 만들어서 수줍게 내밀어주었다.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의 오프닝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나의 제일 큰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100% 공감한 것이다.
오늘 하루 이렇게 여러 명의 영재를 확인한
그 기쁨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매우 행복한 하루 마무리이다.
비록 내일과 모레 업무 폭탄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나는 기꺼이 그 길을 즐겁게 지나가보려 한다.
내 생애 마지막 공식 업무가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 오늘
염색도 하고 머리도 다듬고
특별한 느낌의 곰탕으로 기력 보충을 하였다.
사골국물 베이스에 순두부와 전혀 짜지 않은 명란으로 간은 맞춘 심심한 스타일의 곰탕이다.
세상은 넓고
내 눈에 띄는 영재도 많고
맛난 것은 더욱 많다는 것을 느낀 행복한 하루이다.
<저도 선생님의 제자여서 행복했고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했던
선생님의 첫 발걸음을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맘이고..
선생님의 글 한쪽에
제 얘길 올려주셔서
가문의 영광이구요..^^
너무 행복했습니다.
멋진 선생님과 걸맞는 멋진 제자들과 함께 하는 축제 성공리에 잘 마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선생님~>
어젯 밤 나의 첫 제자 최과의사 여신 J의 브런치 글을 읽은 소감문이다.
이 글을 읽고 힘이 나지 않는다면 교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