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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 나이가 되어서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중이다.

정년 퇴직 후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아무 준비도 없이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고

(사업체 만드는 게 그리 쉬운 것인줄 몰랐다.)

그때까지는 만들기는 했으나 일을 맡을 수 있을리라는 생각은 거의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연구용역팀에 묻어 들어가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는 않을까 싶었었다.

그냥 꿈같은 일이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었다.


2학기 강의로 바쁜 중에 우연히 아주 작은 연구 용역을 나에게 맡겨주었고

(아주 작은 금액에 단기간이라 아무도 하려 하지 않으니 수의계약이 된다.)

업체와의 계약이니 내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해두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나는 생전 처음 연구 용역 계약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견적서 발급 등은 다른 연구건을 샘플로 하여 정리하여 보냈고

예산사용도 그에 준하였으나

나의 기업 이익은 전혀 없는 상태의 연구팀 인건비로 모든 예산을 사용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어떤 이익 창출을 위한 업체도 이런 계약을 하지는 않는다만

나는 관심 있는 일이고 보람찬 일이라는 것이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해주었다는 것에 감격했을 뿐이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장학사님도 계약 관련은 잘 알지 못한다.

계약을 담당하는 행정부서가 따로 있다.

그런데 계약관련 내용은 도통 연락이 안오고

나는 일을 먼저 앞서나서 하는 스타일이라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계약할 때 함께 내던 생각으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위한 인증서를 발급하느라 하루 이상을 소모했고

여러 가지 고난 끝에 어제 드디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완료했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드디어 계약 담당 행정부서의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보낸 전자세금계산서를 취소해달란다.

계약은 나라장터에서 이루어진다면서. 청천벽력이다.

내가 그걸 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말이다.


계약을 위해 나라장터에 입찰자격을 신청한 것이 일주일전이다.

나라장터라는 말만 들었지 교사들에게는 와닿지 않던 그곳이 이제 내 일이 되어보니 참으로 막막하더라.

입찰자격 신청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처리했는데

오늘은 거기 들어가서 무언가를 승인하라고만 짧게 이야기하고 끊는다.

공무원들이 조금 만 더 친절했으면 하는 바람을 일반인들이 갖게 되는 이유를 분명히 알겠다.

로그인을 하고 들어가서 또 어찌저찌해서 승인 처리를 다 완료한 것 같은데

그 이전에 보낸것인지 나중인지 시간의 전휴를 알 수 없는 메일이 들어와있다.

청렴서약서 등의 자료를 보냈더라.

아까 나라장터에서도 전자문서로 처리했었는데 말이다.

공손하게 한글과 PDF 파일의 형태로 문서를 답으로 보낸 후

나라장터 처리가 안되었으면 알려달라 했지만 이미 퇴근 시간 이후이다.

아니 왜 꼭 세시 반쯤 그런 일을 알리고 하는 것이냐?

그 시간이면 은행에 뛰어가기도 힘든 시간이다.


눈썹 휘날리게 은행을 방문했지만

이미 어제 발행된 전자세금계산서 취소 방법을 아는 직원은 없고

전화 문의 센터 직원도 두 명이나 이해를 못하고

결국 세 번째 은인인 직원을 만나 원격으로 처리에 성공했다.

첫 번째는 이렇게 힘든 법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만

정신이 없고 머리가 쭈뼛거리고 혈압이 올라간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

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그럴리는 없는데 남편이 내 브런치 글을 읽었는지 꽁치김치찌개가 먹고 싶다한다.

할 수 없이 장을 보러 나서야겠다.

실상은 나도 먹고 싶기는 하다고 이미 점심글에서 고백했었다.

계획대로 절대 되지 않는 인생이여.

험난하고 험난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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