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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아침 리뷰

특별한 일은 없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바쁜 한 주일이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토요일 몇시에 눈이 떠지는가이다만

어제처럼 일찍 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새벽 네 시 고양이 설이가 내 침대 옆자리로 올라오는 즈음.

일단 일어나기는 했지만

다섯시반까지는 절대 몸을 일으키지 않고

침대에서 존버한다.

휴대폰은 슬쩍 슬쩍 보았다만.

힘을 비축하고 싶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생각해둔(가끔 이럴때가 있다.)

하루 3시간 10차시로 운영되는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 기말평가 시험 문항을 수정하고

(오랫만에 손글씨를 쓰는 학생들도 쉽지만은 않겠다는 것을 알겠다. 가장 어려운 첫 학기중 일부가 이렇게 마무리되려 한다.)

아침부터 잔반 처리에 들어간다.

어제 저녁에는 굴국과 묵은지를 처리했고

오늘 아침에는 오래전 친정아버지가 바닷가에서 만들어주셨던 유일한 음식 메뉴인

꽁치김치찌개 남은 것을 정리한다.

중간 사이즈의 냄비로 국이나 찌개를 끓여서

남편과 내가 먹으면 꼭 1/3이 남는다.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 나의 주된 임무이다.

그리고 주말은 다음 주일 버틸 밑반찬을 준비하는 것이 루틴 중 한가지이다.


주말 아침을 먹을때는 대부분 금요일 저녁에 방송한 <나혼자 산다>를 틀어놓곤 하는데

젋은이들의 생활 방식과 최근 이슈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강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는데도(이해가 쉽지않을 때도 물론 있다만) 도움이 된다.

가끔 나의 옛 제자 <전현무>님(?)을 보는 것도

그 이유 중 한가지이다.

중3 때와 얼굴이 별로 변하지 않은 그는

학생일때와 조금은 비슷하고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열정적인 방송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 방송을 봐주는 것으로 내 방식대로의

간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잘해라.

어제는 특히 내가 좋아라하고 잘 걷는 산책 코스를 러닝으로 보여주어서 아침밥 친구로 충분했다.

그 뒤로 나오는 자연에서의 백패킹은

도저히 나는 따라할 수 없는 경지였다.

무거운 짐과 경사급한 오르막 산행 그리고

추운 야외에서의 잠이라니.

내 역량을 초과해도 엄청 초과한다.

나는 철저하게 <낄끼빠빠>를 지향한다.


이제 다음 주 강의 자료를 픽스하고

막내동생집으로 출발해봐야겠다.

조치원으로의 이사 후 서울에 일이 있을때나

남편의 항암 주일 등에는

서울 막내동생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었다.

에어비앤비나 쉐어하우스와 유사한 지점이 있는 어디쯤인가의 통합 개념이다.

불편함이 분명하나 흔쾌히 도와준다는 동생 부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용 삼단 매트와 베개를 미리 가져다 놓고(그거면 충분하다.)

기타 의논할 사항들을 이야기 나누고(지금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생일 브런치를 함께 먹을까하는데

몸살 기운이 있다는 동생 컨디션이 어떨지 모르겠다.

참. 아픈 동생도 들여다 보고 와야겠다. 오래 못봤다.

지극히 평범한 어느 주말 아침 간단한 리뷰이자 계획이다.

(대문 사진은 멋진 후배님 작품이다. 숲뷰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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