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날이다.
주말이 주는 감사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뚜렷하게 나갈 직장이 없었던 올해 상반기에는
평일인지 주말인지 3월인지 4월인지가 구별되지도 않는 그런 날들로 하루가 다가올때도 있었다.
그 느낌을 매우 싫어한다.
물론 아르바이트 등이 있는 특별한 날 며칠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 날이 그 날이고 그 옷이 그 옷이고 그 밥이 그 밥인 그런 날들을 보내고 나니
일하는 평일의 소중함과
마음만 먹으면 쉴 수 있는 주말의 소중함이
엄청 크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더라.
일과 휴식을 분리하라는 그 허황되게만 보였던 이야기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
나는 누가 뭐래도 일이 휴식보다 위였던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이고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만(칼같이 분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제야 조금씩 주말에는 일을 내려놓고 쉬어야한다는 그 느낌을 알아차리는 중이다.
어제가 그랬다.
하려고하면 해야할 일이 엄청 많았는데
점심때부터는 온전히 나를 위한 쉼의 시간을 부여했다.
<불꽃야구> 올해 마지막 직관을 보러 나선 것이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고
이 프로그램의 내년이라는 것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고(속상하다.)
잠실야구장이라는 큰 곳을 가득채워서 그들을 응원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고척야구장에서는 국가대표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같은 시간에
그리고 그 경기가 지상파에서 방송이 되고 있는 같은 시간에
잠실야구장은 꽤 많은 사람으로 뒤덮였고(1루쪽 잠시도 쉬지않고 일어서서 응원하는 분들 감동이었다.)
그 전날 갑자기 공지한 3,000원짜리 라이브방송도 접속자수 4만명을 넘어섰다하고
(3,000원이 주는 행복 만땅이었다.)
직관을 보면서 듣는 라이브방송은 경기의 재미와 이해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물론 날씨가 제일 크게 도와주었다.
보너스 같은 경기였지만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고
물론 탄식이 터지기도 했고
모든 것이 끝나고 그라운드를 한바퀴 돌때는 울컥하기도 했고
나의 징크스가 작용하여 또 어려운 경기를 할까 걱정도 되었었지만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어제 그 시간 나에게 부여한 최고의 휴식이었다.
엔돌핀과 도파민의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더더욱 좋았던 일은 화장실 다녀오다가
이 방송을 만드는 마음고생 엄청 심한 메인 PD의
친필 사인을 받았다는 점이다.
내 생애 최초의 사인을 직접 받은 경우이다.
남이 받아서 전달해준 경우는 있다만.
그것도 내가 어른으로서 존경하는 감독님 유니폼 뒷면에 말이다.
그 PD 에게 작은 힘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내가 오히려 힘을 받은 모양새가 되었기는 했다만
아마도 알 것이다.
그들을 믿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는
아마도 서열상 2번째(?)라고 추정되는 PD를 만나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라고 외쳐주었다.
분명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까닥했으니
아마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힘을 주러 나선 길이지만(공식적으로는)
내가 힘과 에너지를 받고 돌아왔다.(비공식적으로는)
오늘 조금은 힘들테지만 괜찮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
오늘 10차시로 마무리 되는 강의 하나가 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시험 문항을 최종 검토하다가
배점 착오를 발견해서 고쳤다. 다행이다.
어제 받은 에너지 덕분이라 생각하련다.
월요일 아침은 항상 즐겁다.
출근길은 기쁘기만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그게 나은 방법이다.
징크스일수도 있고 자기 최면일수도 있고 회복탄력성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만
그게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도 오늘의 태양이 머지않아 떠오를 것이다.
새로운 날이다.
나도 내 최애 프로그램 <불꽃야구>도
힘을 내기를
그리고 행운이 조금은 따라주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