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는 없다만 즐기기는 힘들다.
아침에 원없이 달을 보고 사진을 찍어대고
점심에는 원없이 단풍을 보고 사진을 찍어댔으나
만추라는 말을 절감하고
겨울이 곧 코 앞임을 느낀다.
최저기온을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예민 피부가 발동한다.
오늘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모직바지와 니트 쉐타를 입었다.
퇴근후 격식을 차려서 참석해야할 연구보고회가 있다.
그냥 면바지에 후드티 입기는 조금 그래서 말이다.
그런데 어찌 알았는지 10시경부터 몸이 간지럽기 시작한다.
해마다 간지러운 정도는 차이가 있는데
(아마도 면역력 차이인듯 하다만)
오늘은 조금 심하게 간지럽다.
이래서 내가 비싼 앙고라 털 쉐타를 좋아하지 않고
피부에 닿는것은 가급적 면소재를 입으려하는데
오늘 약간 방심했고
하필 진정용 로션도 없다.
할 수없이 핸드크림만 문질러댔는데
건조한 겨울 내 피부 관리에 신경쓸 시기가 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래도 아직 입술이 건조하고 따가워지지 않는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겠다.
추위가 찾아오면 이상하게 허기가 진다.
내 몸에서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어제는 아침 일곱시에 계란과 토스트빵 한쪽을 먹었는데
12시 반에 잠실야구장 명물인 소금김밥을 먹고
야구장 맥주보이가 따라준 생맥도 한잔 마시고
홈런볼과 땅콩도 먹고
저녁으로 볶음밥도 잔반처리를 했었다.
그 정도 먹었으면 오늘 아침은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야는데
셔틀버스 탑승 순간부터 배가 고프다.
도시락을 까먹을까 고민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나에게는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 살찌기 가장 쉬운 계절이다.
식욕을 즐겨봐야겠다.
겨울이 불편한 이유 중 하나는 안경에 김서림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안경을 썼다만
김서림에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김서림을 닦아내고 나도 얼마쯤인가는 뿌연 세상이 지속된다.
눈의 적응력이 떨어지는게 틀림없다.
오늘은 3종 세트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몸은 가렵고
배는 시도때도 없이 고프고
눈은 뿌옇다.
그러니 강의가 매끄럽게 잘 될리가 있나?
강의가 잘 안되는 101가지 이유 중 세개나 해당되는데 말이다.
아직도 중요 일정이 하나 남았다는게 제일 큰 문제이다
( 이 글을 쓰고서 혹시 어제 십년만에 생맥주 한잔 먹은것이 알코올 분해가 안되어서 피부가 간지러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만이고 뜬금없는 음주이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