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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의 세계

무엇때문일까?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오전부터 느껴지는 피부의 간지러움은

겨울이 되어서 건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확실하다. 무언지 모를 음식에 의한 식중독 증세이다.

간지러움의 정도나 부위가 겨울을 알리는 그것이 아니다.

나의 어제 오후 글에서의 판단은 틀렸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의 세계가 열렸다.

강의 중에도 중요한 회의 중에도 상체의 여러 곳을 때때로 긁어댔고

다행히 붉은 발진이 본격적으로 올라오지는 않았다만

그 정도가 사그러들거나 줄어들지는 않은 상태이다.


곰곰이 회로를 되돌려 먹은 것을 생각해본다.

일요일 오후가 문제였을 것이다.

야구장이었고 김밥을 하나 샀는데

충무김밥처럼 맨 김밥에

명란젓과 또다른 젓갈이 들어있었고

먹은 양은 소량이었고 냄새나 특이점은 없었다.

그리고는 그 십여년 만의 생맥주 한잔

(500ML는 아니고 대문 사진 크기이다.

사진은 멋지게 찍었다만.)

그리고 땅콩과자와 옥수수물(세상에나 비싼 생수만 팔더라.)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김치와 밥.

아침은 멸치와 김치볶음이 들어가 있는 알밥

(토요일에 사서 냉장보관했던 것)이었다.

용의선상에 오른 먹거리는 젓갈류와 생맥주 그리고 알밥이다.

최초로 간지러움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

어제 첫 강의 시작하고나서이니

알밥의 소화는 다 진행되기 전이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젓갈류 아니면 생맥주일 확률이 높다고 과학적 추론을 해본다.

나는 해산물과의 합이 좋지 않았다. 이전부터.

그래서 해산물 요리에도 그닥 진심이지 않았을 수 있다.

알코올은 너무 오랫만에 먹어서 분해효소가 작동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둘 중 어는것일지 아니면 둘 다 일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사단이 벌어진것임에 틀림없다.


어찌 어찌 정신력으로 회의와 저녁 식사까지 꿋꿋하게 마치고

집에 와서는 한 웅큼씩 바디 로션만 계속 발라주었고

피부 간지러움이 망가트리는 삶의 질에 대해 절감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을 먹지 않은 공복 상태로 혈압약 처방을 받는 단골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도 하고 비타민 D 주사도 맞고

이 간지러움증에 대한 처치도 받아야겠다.

다행히 그 병원은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해주는 좋은 병원이다.

일찍 문을 열어준다는 것을 좋은 병원 맞다.

밤새 아팠던 환자들을 빨리 봐주겠다는 뜻이고

출근 전 진료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뜻이고

아침을 먹지 못하고 해야하는 다양한 검사를 덜 힘들게 해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8시는 멀고 먼 것이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괜찮다. 이번주 수요일은 개교기념일이라 강의가 없다.

화, 수, 목이 쉬는 날이라서 나도 방심했을 수 있다.

그 방심의 틈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오는 질병의 힘이라니...

어쩌면 인생이란 끊임없는 질병과의 투쟁일지도 모른다.

매일 매일 그 싸움에서 승리할 수는 없겠지만(그렇다면 철인이겠지만)

이렇게 당하는 것은 참 어이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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