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용서해준다.
아침을 먹다가 아무렇지 않은듯 이야기를 한다.
차를 운전해서 남양주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을 뵙고 오겠단다.
멀리 이사가기전 한번 뵈러가자고는 내가 이미 이야기한바 있었는데
아무말도 없더니
심지어 내일 무슨 일정 있냐고 물어봤을때는 없다더니
오늘 아침에 느닷없는 통보이다.
그 발의 감각으로 운전이라니.
신발 신는것도 벗는것도
실내화 신는것도 벗는것도
힘겨워하는 무감각의 상태로 운전이라니.
더 놀랄일은 며칠 전 아산공장에서 해봤단다.
신발 신고는 도저히 안되서
맨발로 하니 감각이 있어 괜찮더라고.
여하튼 사람 여러번 놀래는 재주가 신박하다.
운전이란 그런게 아니라고
당신만 다치거나 죽는게 아니라고
엄청 강경하고 센 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만약 오늘 그런 일을 한다면
이혼서류에 싸인하라고
나는 그 이후를 감당하지 않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교사티를 낸다고 싫어한다만
할수없다 말릴것을 말리는게 내 의무이기도 하다.
자신감도 아니고 맹목적인것도 아니고
도대체 60넘은 사람이 뭐하는거냐.
짱짱할때도 졸음 운전으로 꽤 큰 운전 사고만
세번이나 냈던 경력의 소유자이다.
내가 펄쩍 뛰니
한발 물러서기는 한다.
나는 채찍 뒤 당근을 꺼냈다.
지하철타고 산책 겸 운동겸 같이 가보자고.
시간은 꽤 걸리지만
지속가능한 방법이니 한번 시도해보자고.
결국 나의 하루 종일 연구투쟁은 반나절만에 막을 내리고
지금은 진접행 지하철이다.
저런 이기적인 사람이 있나?
어제까지는 내가 아파서 정신없이 잠만 자는걸
봤는데도 오늘 기어코 이 사단을 낸다.
효자 효자 이런 효자는 또 없다.
그런데 그렇게 효자가 되면 며느리는 힘든 법이라는 왜 모르실까?
다행이다. 하나뿐인 내 아들 녀석은 절대 효자가 아니다.
제발 누가 데려가줬음 좋겠다.
나보러 1년에 딱 한번만 와도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