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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의 황망함

내 뜻대로 했어야는데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하철을 갈아타고 진접역에 내렸다.

새로 만들어진 역이라 깔끔하고

주변은 신도시 느낌이 물씬 났고

점심먹을 식당을 고르다가

간이일식집에 들어가서

남편은 명란오차츠케를 나는 치킨덮밥을 시켰다.

남편게 훨 나아보였다.

사이즈로 보나 깔끔함으로 보나.

치킨덮밥의 양은 많고 치킨은 달고

그릇은 거의 세수대야 크기여서 압도되었다.

그리고 오랫만에 친정아버지가 일본에 다녀오시면

꼭 사오시던 고양이 방울 인형을 보았다.

반가웠다.


요양원의 시어머님은 근래 뵌 중에 제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컨디션이 좋아보이셨다.

명료한 인지력으로 처음으로 남편이 엄청 말랐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신다.

아프면 안된다고 당부를 하신다.

이미 많이 아픈 아들이다.

오늘에서야 진단을 받을때 이미 위암 4기였다는 말을 나에게 한터이다만(1년전 이야기이다.)

시어머님은 모르신다.

그래도 그 어려운 과정을 지나고 있으니

그리고 시어머님 걱정만 하고 있으니

대단한 효자임에는 틀림없다.


집에 돌아오는길에 택시타는것을 질색하는

(과소비라 생각한다)

남편에게 맞춰주러 버스를 탄다.

원래 계획은 진접역으로 가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오는건데

막상 버스를 타보니 광나루역이나 강변역까지 간다는거다.

그 갈아타지않아도 되는 편리함에 그냥 앉았더니

아뿔싸 온 동네방네를 돌고도는 시외버스이다.

이제 중간에 내릴수도 없는데

아직도 이십여분 이상 남았다.

남편은 자고 있는데

나는 그 사이 주방물품 쇼핑을 하고

이것저것 톡으로 수다를 떨었건만 아직도 멀었다.

물론 남양주 주변의 단풍을 구경하긴 했다.

시외버스 창 너머로.

노선이 지그재그이고 엄청 길어서 기사님이 얼마나 힘들까 싶다가도 화가 난다.

지하철을 탔으면

내 계획대로 움직였으면

벌써 집에 도착하고도 남았을터인데.

그놈의 남편의 고집이 매번 나를 힘들게한다.

오늘의 내 연구활동은 오전으로 끝났다.

의도치않은 시외버스 여행으로 허리도 아프고

눈도 희미해지고 남은 기운을 앗아갔다.

언제 도착하려는지 이제 멀미도 올라오려한다.

내 뜻대로 했어야했는데.

오늘 하루는 남편 성토 대회로 끝을 맺는다.


(시외버스 기사님은 이상하다 하실게다. 진접역 가냐고 물어보고 승차하더니 아직도 안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서야 서울로 진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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