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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위치와 시간이 주는 차이점

벌거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대부분 나의 작업은 거실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소파를 두지 않고 산지 4년여.

지금 사는 집의 식탁 둘 자리가 약간 애매하다는 구조적인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파를 고양이 설이가 다 물어뜯었고

새 소파를 사더라도 안 묻어 뜯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고

소파에 누워서 뒹굴거리는 삶을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힘들었으나 이제는 완전 적응한 상태이고

설이는 소파 대신에 식탁의자를 물어뜯는 것으로 이빨훈련을 계속했고

이번 집에서는 식탁의자와 식탁을 버리고 떠날 예정이다. 다시 살 계획은 아직은 없다.

따라서 내 브런치 글의 8할은 이 식탁에서 작성되었고

그게 가장 일상적이고 안정감있는

글쓰기 패턴이기는 하다.

가끔은 유튜브를 틀어놓고 음악을 듣거나

<불꽃야구> 재방을 보면서 쓰기도 하고

지금처럼 이른 아침일 경우는 남편의 잠을 위해 아무것도 틀어놓지 않고 쓰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항상 고양이 설이의 엉덩이가 있다.

아침에는 유달리 궁디팡팡을 갈구한다.

다른 고양이들도 그런가요?


아침 일찍 브런치를 못 쓴 날은

셔틀버스 안에서 작성하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작성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석촌 호수 나무벤치 위에서도(약간 낭만적이었다.)

혹은 약속을 기다리는 카페에서나

어제처럼 시외버스 안에서 핸드폰으로 작성하기도 한다.(먼 길 다닐때 좋더라.)

요즘 한 장소가 추가되었는데 추위를 피할겸

셔틀버스 시간을 맞출겸 머무는

잠실역 광역버스 환승센터 탑승장 의자이다.

버스를 기다리는척 앉아있음 되고

셔틀버스 탑승시간 10분전에 나가면 되니 댕큐이다.

핸드폰으로 작성한 것은 내가 보기에는

대문 사진 사이즈가 달라보이는데

아마 내 것에서만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어디서 작성했는지는 사진 사이즈로 구별이 가능하다.

물론 집이냐 아니냐 정도만 아는 것이지

정확한 위치와 자리까지 한정할 수는 없다만

핸드폰으로 인해서 많은 것들을 위치나 자리나 시간에 관계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세상 달라진 것들이다.

전자문서도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보안등의 걱정이 조금은 남아있으니

핸드폰을 잊어버리지 않는 일이 더더욱 중요하다.

내 사생활뿐 아니라 공식적인 생활 모든 것이 그곳에 있다.

매번 핸드폰의 위치 추적이 내 중요한 일과가 된다.

잊지말고 핸드폰을 챙기자.


글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실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고

이후 일정이 언제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어려서부터 나는 글쓰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뚝딱 스타일이다.

그것이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일 것이다.

써야겠다는 주제만 결정되면 그냥 자판 앞에 앉으면(옛날은 원고지 앞에 앉으면)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었고

그래서 백일장날의 나는 아마도 노는 학생으로 비추어졌을게다.

일찍 쓰고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글쓰는 친구들 방해나 하는 날날이 말이다.

반대로 사생대회날은 하루 종일 끝나는 시간까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신중한 스타일이었다만

내 생애를 통틀어서

사생대회에서 상을 탄 적은 한 번도 없고

백일장에서 상을 못탄 적도 한번도 없다.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 중 한 가지이다.


내 글은 내 머리와 가슴속 이야기이므로

그냥 담담하게 사실대로 쓰기만 하며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소 울퉁불퉁하기도하고 매끄러운 맛은 떨어지고(그렇다고 병맛은 지양한다.)

어제처럼 남편에게 느낀 마음을 격정적으로 토로하기도 하고(많이 순화한 형태이다.)

결혼 못한 아들 녀석을 걱정하기도 하고

내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 도닥이기도 한다만.

수준 높은 가르침과 깨달음의 글은 다른 사람의 몫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위치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의 삶을 기록하고 (가급적 객관성을 확보하려 한다만)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기 위함이 제일 크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글은 엄청 이기적이다.

그런 나의 글이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다소나마 힘이나 웃음이 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보너스이다.

감사한 일이고 나에게는 제일 큰 축복이다.

오늘은 아직 집이다.

이제 글을 올리고 출근 준비를 가열차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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