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말, 사진으로 다할수 없는 이쁨.
이른 아침 대중교통 이용한 출근자 중
하늘을 한번이라도 올려다보는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기쁨.
아침 달이다.
나에게 굿모닝이라고 손짓하는것만 같은 손톱달이
롯데월드타워 옆으로도
석촌호수 나무 사이로도
학교 건물 위로도 멋지게 드러나있다.
어떤 사진가나 천체관측가가 찍어도 저 장면을 백퍼 반영할수는 없다. 단언컨대.
며칠동안 나를 괴롭힌 피부 간지럼증에서 벗어나
저 장면을 볼 수 있는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축복의 반은 채웠다.
초저녁잠이 많은 나는 깜깜한 오밤중의 달보다
이른 출근길에 보이는 아침달이 더 익숙하고 이쁘다.
사진을 몇 장찍어 사방 단톡에 나눈다.
다들 좋아라하는데
오늘로 수능이 2년밖에 남지않은 제자들의 탄식소리가 나온다.
한 해가 그리 빨리간다.
오후 강의 마지막에는
혈액형 DNA 팔찌를 만들어서 끼고
자외선을 받으면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볼겸
밖으로 나와서 실험을 해보고는
널려있는 단풍잎 하나씩을 골라서
단풍이 진하게 든 정도별로 줄을 세우고
인증샷을 찍었다.
요새 인스타에 이런 류의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라.
유행은 못참는 스타일이다.
대학생들이 오히려 뻘쭘해한다.
그리고는 왜 단풍잎 마다 색이 다른것인지
왜 낙엽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생명과학적 관점의 강의로 오늘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다음주부터 예보대로 영하의 기온이라면
더 이상 이런 수업은 힘들듯 하니
굿바이 단풍인 셈이다.
단풍색의 오묘함도 어느 유명 작가가 와도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들것이다. 사진으로나 그림으로나.
물론 나는 택도 없다.
이렇듯 자연이 주는 신비함과 기쁨과 예쁨은
내 삶에 어느새인가 깊게 자리잡았다.
늙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좋다.
굿모닝 달과 굿바이 낙엽을 몰랐던 못봤던 그 시기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다.
물론 DNA팔찌를 낀 내 피부는 사진을 찍어보니
더더욱 너무 늙어보였다만
이 또한 어쩌겠는가?
이제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퇴근길 셔틀버스인데
출발부터 막힌다.